방금 전에 보았던 강아지가 눈에 밟혀 다시 한번.
아장아장 걷고 있는 아이의 좁은 보폭을 따라 자꾸만 눈길이 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무엇 하나 지나칠 수 없어 한동안 걷기만 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다. 추석에 챙겨 주신 반찬을 꺼내 밥을 먹고 설거지를 했다. 그러다 식곤증이 몰려와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새벽이었다.
시간은 아직 새벽 2시. 조용한 정적이 흐르고 시계 초침소리에 따라 눈만 뜨고 있었다. 해야 될 일들이 많은데 혼자만 뒤쳐진 기분이고, 세상의 먼 곳으로 떨어진 것 같아 일기장을 찾았다. 일기장을 보니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운 섬처럼 먼지가 쌓여있었다. 마치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종이에 빠르게 잉크가 스몄다.
2023년 10월 8일
중독된 것을 끊었습니다
설탕, 밀가루, 인스턴트 등등
광적으로 좋아하면 몸에 해롭습니다
그래 봤자 작심삼일이겠지만 건강검진 결과표를 보면서 또다시 결심하고, 아무 일도 없이 1년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기를 썼다. 마지막에는 ‘비밀’이라고 적어놓고는 한때 좋아했던 존재라고 몇 가지를 더 추가했다(사람, 이름, 기억)
이제 달력의 숫자가 끝을 향하는 10월, 스스로가 원하든 원치 안 든 삶은 행복과 불행 속에서 반복한다. 내가 어느새 정신을 차릴 때쯤 계절의 끄트머리로 세월이 흘러 흘러간다. 좋아하는 음식과 취미와 관계가 끊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 나는 정말 최선이었을까.
끝으로 시월이다.
‘나의 건강과 함께 우리의 지나간 수많은 밤들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합니다.‘
*사진, 영화 ‘시월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