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을 앞두고는 ‘살아간다’
3년 전에 구매했던 책을 다시 펼쳤을 때 제일 먼저 보였던 문구는 <‘살아지더라’고 말했을 때, 내게는 그 말이 ‘사라지더라’로 들렸다>
굳이 악몽을 꾸지 않아도 현실이 그렇다. 전근, 이직, 퇴사. 나이가 더 차오르기 전에 빨리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지. 그때 그 말을 쉽게 내뱉지 않았더라면 진작 그만둘 수 있었을까. 한 직장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한다는 게 고장 난 시계와 같다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겨울을 잘 버티다가 일주일째 감기를 앓고 산다. 아파 죽기 싫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받아먹으면 이제야 좀 살만 하다 싶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약 기운에 사는 기분이다. 끝내 버티다 못해 오늘도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만약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레고르 잠자처럼 벌레로 변신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사라지는 일.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일. 지금 내 주변에도 변신한 존재로 어디에 살아있는지 모르고 나 역시 언젠가 일어날 수 있는 일. 만약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그때는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까.
치열한 1월이다. 남은 11개월 동안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하게 될까. 부디 벌레만도 못 한 존재는 아니길 바라며, 나는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삶 속에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