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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진 Dec 14. 2024

새벽을 깨우고 봄이 온다면


 겨울의 새벽은 유독 깜깜하다.

그래서일까. 잠을 자더라도 매일이 피곤함의 연속이다. 하지만 나는 그리고 당신은 잠을 잘 수가 없다. 예전이었다면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다리고 있었을 연말연시이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지 열흘이 지났고 오늘도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 거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해 응원봉을 흔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_김수영 시인, <푸른 하늘을>


 1960년대 한국은 지금의 모습과 유사했다.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항하여 일으킨 민주 항쟁이 4월 19일에 있었다. 거리에는 4·19 혁명에 참여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경찰과 다수의 희생자가 있었고, 그때도 지금처럼 시민들은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회적 불의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낸 김수영 시인도 있었다.


 그의 시를 본격적으로 읽었던 때는 새해가 지난 몇 년 전 봄이었다. 그의 시를 통해 “혁명과 자유를 꿈꾸던 때가 있었구나.” 생각하며 나와는 동떨어진 먼 과거일이라고 치부하였다. 하지만 그 일은 절대적으로 나와 혹은 미래에도 무관한 일이 아니었으며 언제고 생길 수 있는 일이었다.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지를.


 하지만 봄은 반드시 올 것이다. 한 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오면 입춘이 되어 동풍이 불고 얼음은 녹고 하늘은 푸를 것이다. 그러면 밤 또한 짧아져서 새벽이 일찍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지금의 어둠과 추위와 현실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기지개를 활짝 켜고 따듯한 봄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도 거리로 나와 깜깜한 밤하늘에 불빛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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