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감기
다 부질없다. 아프면 그런 생각이 든다. 모든 일들을 미뤄두고 며칠 동안 앓고 나면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
며칠 전 올해 처음으로 감기에 걸렸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감기였는데, 일주일 넘게 낫지 않아서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축농증 같다고 심하면 수술까지 해야 된다며 대뜸 겁부터 주시는 것이다. 그러면서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자고 하셨다. 다행히 결과가 심하지 않아서 연휴가 끝나면 다시 병원에 오라는 소견과 함께 일주일치 약을 처방받았다.
그때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서러운 감정이 올라왔다. 병원에서 나와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가는 내내 억울하는 생각이 온통 머릿속에 가득했던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러다 집에 도착할 때쯤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는 헐레벌떡 전화를 받았는지 핸드폰 너머로 고스란히 언니의 거친 숨소리가 느껴졌다.
“언니 나 며칠 전에 감기 걸렸는데 안 나아서 병원 가니까 축농증이래. 회사 조퇴하고 집으로 가는 중이야”
“목소리가 그래 보인다 집에 가서 푹 쉬어” “추석 때 집에는 언제 올거야?”
평소처럼 별 거 없는 짧은 통화였는데 순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졌던 이유는 왜일까? 어떤 날은 한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 날에 진짜 괜찮지 않을 때 어쩌면 우리는 위로라는 온기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10월, 가을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올해도 세 달 낫짐 남았을까.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은 계절을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