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봉포리
홀로 떠나본 적 있는지.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떠났지만 막상 바다를 마주하면 알게 될 것이다. 파도를 치고 있는 것은 바닷속에 있는 수많은 물들의 행렬이며, 그동안에 나를 괴롭혔던 건 다름 아닌 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0월, 고성은 춥고 바람이 많이 분다. 해변에는 산책하는 강아지와 사람들,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연인들, 높은 파도를 멍하니 바라보는 혼자인 사람까지. 가을 바다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면서도 잠시동안 머물고 싶은 아늑함이 사람의 마음을 노곤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가을 바다는 시골 여관 같다. 혼자인 게 무섭지만 막상 보면 친근한 기분마저 드는데 그 밤에는 파도소리에 무거운 몸을 이부자리 삼아 누워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