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굴뒹굴

by 이효진


비가 내린다. 뒹굴뒹굴. 할 일 없이 그냥 보낼 생각이다. 그래도 괜찮은 하루. 어제 먹다가 남은 빵 쪼가리를 먹는다. 커피를 내리고 있으니 시간이 벌써 정오를 가리킨다. 계획했던 어제의 오늘이 사라진다. 커피의 뜨거운 열기처럼 모든 것이 증발하는 것 같다. 의미 없는 하루에서 의미 있는 일을 찾는 것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봄이 되면서 식욕이 늘었지만 괜스레 헛헛한 마음이 든다.


온몸이 천장에 매달린 전등처럼, 계속해서 눕고만 싶은 날. 두 눈이 게슴츠레 감긴 날. 모든 게 귀찮다 느껴지는 하루에 봄비가 내린다. 오늘이 지나면 곳곳마다 꽃밭이겠지. 흩날리는 꽃잎 하나 붙잡고 싶은 춘몽과 같이 며칠이 또 흘러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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