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해변을 걷고 있는 k에게

by 이효진

꽤나 앓고 살았다.

봄이면 아무 이유도 없이 도로에 있는 나뭇가지를 잘라내고 뿌리를 뽑아내는 인간들처럼, 나 역시 타인에 의해 살 수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


그러고는 해마다 그늘진 마음으로 ‘나는 잘 살 거야 ‘를 외치면서 당신에게 저주를 퍼부었지만 이내 돌아오는 화살은 피할 수 없었던 거다. 인간은 한심 할 만큼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증오하길 반복하며, 색이 바랜 오래된 사진을 추억하는 일. 그것이 순전히 나만의 착각은 아니겠지.


며칠 전, 비포장 된 도로에 민들레가 곱게 피워낸 것을 보고 지난날은 거둬내고 다만 살아갈 거라고 다짐했다. 다시 봄바람이 불면 민들레 꽃씨는 날아가 어느 곳에 닿을 수 있을까. 그 흔한 부드러운 말씨조차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던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어제는 오래전에 사놓았던 시집을 꺼내 읽고 오늘은 밀린 일기를 쓰다가 지웠다. 이 지루한 일상에서 가장 현명한 방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일. 단순하고도 무료한 지금의 하루가 결코 해가 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이 든 이윤 왜일까.


비록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비루하고, 비겁한 존재들로 인해 훼손되어 무가치하게 느껴질지라도 먼훗날 당신에게 진부한 이별이야기를 꺼내고, 사랑이 전부였다 말할 수 있기를… 그런 한갓진 소리로 우리의 하루가 흘러갔으면 좋겠다.


이제는 전처럼 애타는 마음이 없지만서도 여러 감정중에서 나는 가장 큰 불안을 솎아내려고 한다. 그럼, 단언컨대 꽤나 후련할 테다. 그러고는 ‘사랑이었습니다’ 서두에서 밝히겠지.


하지만 난 끝끝내 숨기고 싶은 인간임이 분명할 듯하고, 결론적으로 그 말은 차마 쓸 수 없을 것 같다.


바다였고 봄이었던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