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간극

by 이효진


“맥주 한잔할까?”

예정에 없는 맥주를 마셨다. 퇴근길에 친구와 나는 지친 표정이 역력해서 날은 섭씨 35도로 푹푹 찌고 숨은 막히고 하루가 너무 고단했던 것이다.


맥주잔을 부딪치고 웃고 떠들다가 솔직한 이야기에 순간 울컥했다. 다 사는 게 똑같다곤 하지만 나만 불행한 것 같고 근데 너도 많이 힘들었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옆 테이블에 있는 연인의 대화를 우연히 들어보니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저 두 사람 “불륜인가 봐”

한참 전에 나갔는데 아직도 거리에서 여자를 껴안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목격하고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인간관계가 복잡하다. 그래도 나이 서른을 넘어보니 달라진 점은 관계에 대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전처럼 속은 곪았는데 겉으론 안 그런 척 시름시름하지 않고 기대 없이 잘 지낼 수가 있다는 것.


며칠째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분인데 딱히 나빠진 것도 없어서 무심결에 책을 펼치면 제일 눈에 띄는 단어가 ‘뒤틀림‘


바람에 뒤틀린 현관문을 보면서 한 번에 많은 일들을 겪고 나면 결국 남는 건 균열과 틈. 아무리 반듯한 목재로 만든 문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 그 밤은 온통 뒤엉키고 흔들려서 온갖 상념의 갈피들이 되살아 나를 어지럽혔다.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