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바뀌었다.
새벽공기가 추워 이불을 더듬거리며 찾는다.
무엇인가 바뀌면 몸부터 반응한다. 온도계로 물체의 온도를 재는 것처럼 온 신경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고온과 저온을 체크한다.
시골에 살던 버릇이 여태까지 있는 것 같다. 그때의 계절 변화를 기억한다. 가느다란 풀밭과 작은 들꽃이 계절의 흐름에 따라 줄기가 자라고 색이 바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어린이 었던 내가 어른이 되기까지.
미처 몰랐다. 순간이 영원할 줄 알았다. 소중한 것을 놓치고 외면하면서 살았다. 장마에는 옷과 땅바닥이 질퍽했고 장화로 빗물이 스며들어 양말을 적셨다. 어느 날은 우비를 입고 있어도 다 젖기만 했다. 오히려 중무장을 하면 피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나서 괴로웠던 시절이었다.
비가 많이 오면 강은 수심이 깊어지고 유속이 빨라진다. 생각 또한 그렇다. 생각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깊게 빠진다. 하지만 시간만큼 확실한 약속은 없다. 홀연히 사라지고 싶을 때 도망칠 수 있고 미워하는 마음이 싫을 땐 눈을 감고 1분만 숫자를 센다.
입추가 지났다. 아침 공기가 전과 달라서 바람의 방향을 자꾸만 살피게 된다. 해가 뜨는 시간이 느려졌다는 것. 달의 위치가 전보다 가까워졌다는 것.
그건 한차례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는 뜻이겠다. 마음 한구석 남겨놔도 될 것 같아서 시집 한 권을 사들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