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포리

by 이효진


일기에 ‘바다’라고 쓴다.

밥도 싫고 아무것도 싫어서 ‘떠나고 싶다‘ 적는다.


볼펜이 오래된 탓인지 종이에 꾹꾹 눌러 적어도 글씨가 보일락 말락 하다. 혼자만 알면 됐지 싶다가 지난 일기를 읽어보니, 남몰래 쓴 이름이 많아서 어쩌면 비밀이란 관심과도 같은 말.


글쓰기에 열중해도 글이 잘 써지지 않고 의욕과 욕심만 앞서서 스스로를 괴롭게 만든다. 그래서 진창이었다. 낮엔 괜찮다가도 밤만 되면 한숨만 푹푹. 내일은 괜찮겠지 하면 입에 거미줄을 친 것처럼 하루종일 아무 말도 하기 싫어서 바짝 타버린 입술만 매만졌다.


그럼 새 구두를 신고 떠나면 나는 가벼워질까.

낯선 곳에서 모래를 밟고 낯선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여름바다는 사람들로 분주하지만 추운 겨울에는 비성수기다. 철 지난 간판만이 바닷바람에 삐그덕 소리를 낸다.


그러다 배가 고팠다. 해변을 걷다가 회를 포장해서 숙소에 갔다. 근데 손이 축축한 것 같고 고추냉이 냄새 때문인지 코가 매웠다. 그날은 내내 젖었다. 나의 구두, 나의 얼굴, 나의 기억. 고집불통 같은 마음이 꼭꼭 숨기고 싶다는 듯 같은 곳만 맴돌았던 날이었다.


인적이 뜸한 저녁 8시. 바닷가의 밤은 다른 곳보다 일찍 온다. 가끔 시계를 보지 않고도 배고픔을 예상한다. 그 시간에 맞춰서 울리는 휴대폰 알람처럼.

고성, 바다,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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