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가을 속초로 여행 다녀옴.
나는 바다 한가운데에 앉아 말없이 파도에서 떨어지는 포말을 바라보았다. 그때 메모장에 적었던 문구.
‘부서지고 깨지고 넋을 잃고 모래사장을 뛰어다닌다(2021년 11월 14일)‘
그제야 알았다. 이 여행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멈추지 않겠다고.
끝끝내 앞으로 밀고 나오는 파도처럼 결국 나를 속초로 데려온 바다처럼 가야 할 길이 있으면 반드시 가야만 한다. 설령 그 길이 이역만리 떨어진 곳일지라도…
속초가 계속해서 그리운 이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고 찾을 수 있고 속초터미널 근처에 있는 책방에 가면 무명의 작가와 독립출판 책을 볼 수 있다는 것. 가슴 한편에 묻어둔 오래된 쪽지처럼 책방은 그 지역의 풍경을 닮았다.
귀에 꽂은 에어팟에서 흘려 나오는 92914의 ‘Someday’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머지않아 가장 기억하고 싶은 삶의 챕터가 될 것 같다. 그 언젠가처럼.
애써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다시 나를 찾지 않아도 괜찮다. 때때로 삶을 깨닫지 못해도 바람을 타고 흐르는 바다가 언제나 내 눈앞에 보일 것이다.
11월의 바다는 쌀쌀했지만 저녁노을 때 지평선 너머로 해가 뉘엿거리고 있으면 마치 한여름에 떠 있는 태양처럼 두 볼이 새빨개져 있었다.
서툴렀던 첫 여행이었다. 출발 전 버스터미널에서 먹었던 국수 한 그릇, 대합실에서 읽은 책 한 권, 옆자리에 앉아 보자기를 묶던 할머니의 곶감 같던 손을. 혼자서 무작정 바다가 보고 싶어서 떠났던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