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해변

by 이효진


사진첩을 정리했다.

사진을 보다가 유독 바다 사진이 많다고 생각했다.


지난 2월이었다. 겨울이었는데 불구하고 안목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와 연인과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안목해변을 지키고 있는 빨간색 등대도 여전했고 카메라 ‘찰칵’ 소리가 여기저기서 바쁘게 들렸다.


안목은 몇 년 전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어느덧 우리가 지나온 여름날을 떠올렸다. 다시 찾은 이곳에서 과거를 묻진 않겠지만 많이도 흘러버린 세월이었다. 그 사이에 나는 전보다 주름이 늘었고 모습도 변했으며 기억 속에 당신 또한 희미해졌다.


삶은 가끔씩 아이러니하다.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니었던 순간들이 당시에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듯이 멀쩡하게 살 수 없을 것처럼 혼을 빼앗기고 말았으니까.


모든 모습을 뇌리에 깊이 새길 필요가 없다.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 물결치는 방향 따라 애쓴 마음 그대로 놓아준다.


강릉이었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여러 사진을 지우고 또 보기를 반복하면서 미뤄둔 미련도 함께 정리했다. 얼마 안 남은 저장공간처럼 남겨진 1년을 위해 몇몇의 기억을 삭제했다.


안녕, 강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