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호 Dec 19. 2023

거미의 번지점프


어느 날 개미가 길을 가다가 절벽 위에서 한 거미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세히 다가가 보니, 거미가 거미줄 한쪽을 절벽 끝의 나무 위에 매달고는 다른 한쪽을 잡고 절벽아래로 멋지게 떨어지는 것이었어요. 보는 것만도 아찔했지만, 그 거미는 줄에 매달려 절벽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고, 이내 거미줄을 타고 다시 위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러고는 아까와 똑같이 절벽 아래로 점프를 하려고 했습니다.


개미가 거미를 불렀습니다.


“거미야,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거니?”


거미는 뽐내며 대답했습니다.


“이게 바로 요즘 유행하는 번지점프라는 거야. 어때? 내 다이빙 폼이.”


개미는 거미가 너무 부러워 말했습니다.


“그것 참 멋진 스포츠구나. 나도 해보고 싶은데..”


거미는 거드름을 피우며 대답했습니다.


“글세 네가 과연 번지점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담력이 있는지 모르겠구나. 이 운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구.”


개미는 거미가 그럴수록 더욱 하고 싶었습니다.


“거미야 네가 도와주면 나도 해 볼 수 있을 거 같애. 네 거미줄에 내 몸을 매달고 나도 한 번만 뛰어 볼게.”


거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습니다.


“정 하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어. 자 이리 와봐.”


거미는 개미의 허리를 자신의 거미줄로 묶었습니다. 그리고 개미에게 뛰라고 지시했습니다. 개미는 거미처럼 멋지게 절벽 밑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정말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한 기분이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다음에 생겼습니다. 뛰고 난 뒤에 줄이 탄력을 받아 위아래로 요동치더니 개미의 몸을 칭칭 휘감는 것이었습니다. 개미는 어쩔 줄 몰라 몸을 흔들었지만, 그럴수록 줄은 더욱더 개미를 휘감았습니다. 개미는 꼼짝달싹할 수 없어서 거미를 불렀습니다.


“거미야 나 좀 올려줘.”


거미는 개미를 끌러 올렸습니다. 개미는 거미줄에 휘휘 감겨서 숨도 쉬기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거미야 이 줄 좀 풀러 줘. 숨 막혀 죽겠어.”


하지만, 거미는 능청스레 대답했습니다.


“글세, 난 어떻게 거미줄을 푸는지 몰라. 언제나 거미줄을 엮기만 했지 풀러 본 적은 없거든. 난 항상 내 거미줄에 걸린 곤충들을 먹기만 했지 풀어서 구한 적은 없어. 그러니 너를 도와줄 수는 없구나.”


개미는 놀라서 외쳤습니다.


“너 그럼 날 먹겠다는 거니?”


“친구인 너를 먹기엔 좀 미안하지만, 네가 여기 계속 묶여 있다면 그냥 죽어서 썩어버릴 텐데, 그럴 바에야 썩기 전에 내가 먹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미안.”


개미는 그제야 멋모르고 번지점프를 시도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은 후회였지요.



작가의 이전글 펭귄들과 강아지들의 올림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