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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와 폭력의 그림자 속에서, 나는 나를 지킨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by 따뜻한 불꽃 소예

직장상사의 눈 밖에 나면 회사생활이 고달프다.

1.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2. 회의에서 항상 공격당한다.

3. 설마 이런 거까지 입댈까 하는데, 입댄다.

4. 주위의 동료들이 슬슬 나를 피한다. 중요한 회의와 이메일에서 서서히 배제되기 시작한다.


이게 내가 현재 직장에서 느끼는 현상들이다. 본투비 개인주의자이기에 무리에 끼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은 없지만, 연일 계속된 공격이 심신을 피곤하게 하긴 한다. 다행히 본사 HR 감사가 나왔기에, 나의 이런 고충을 전달할 루트가 존재한다는 위안은 있지만, 정작 회사 내에서는 거의 고립무원이다. 일단 칼은 던져졌고 나는 적으로 간주되었기에 나가서 싸워야 한다. 회색분자로 남기로 한 내 선택에 대한 결과이다. (Every action has consequences)


나는 점점 이런 흑백 세상이 싫었고, 본사에서 How are you?라고 물어볼 때마다 괜찮다고 대답했다가 이제는 고충을 토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파콰드 영주는 브레이크 없는 기차처럼 폭주하기 시작했고, 그의 nitpicking 사소한 일로 트집 잡는 행위는 결국 그룹의 관심을 끌었고 그가 얼마나 하찮은 주제로 이슈몰이를 하는지를 스스로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밀그램의 실험'이라는 용어를 심리학책에서 본 적이 있다. 인간은 권위가 있어 보이는 존재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순응하며 그 권위에 눌려 어떤 자기 판단을 하지 못하며 굉장히 잔인할 정도로 비도덕적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실험이다. 독일의 전범 군인들과 인터뷰하며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ies of evil)이라는 말을 남겼다. 수많은 유대인들을 죽였지만, 그 전범 군인들은 '나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참으로 권위에 취약하다.


굉장히 남같이 들렸던 밀그램의 실험과 한나 아렌트의 개념을 나는 지금 매일같이 체험하고 있다. 나는 다행히 파콰드 영주에게 완전히 굴복당하지 않았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오기로 버티고 있긴 하다. 하지만, 계속된 그의 치졸한 공격이 이어진다면 나도 장담할 수 없다. 나를 버티게 해주는 한 가지 희망은 밀그램의 실험에서 모든 실험자가 권위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 한 명이라도 그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면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한다. 내가 이 조직에서 그런 이성적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버티기로 했다.


얼마 전에도 왕따문제로 자살한 고등학생의 기사를 읽었다. 학교폭력이라고 말하지만, 이건 모든 세대를 아울려 펼쳐지고 있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다. 조직에서, 학교에서, 가족에서조차도 인간은 권위에 복종하고, 그 권위자가 타락해 주동하여 다른 한 개인을 괴롭히면 문제는 반복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존버할 것이다. 무리에서 소외된다고 두려워하지 말자. 이 시기는 반드시 지나간다. 우리가 끝까지 살아남아 증언하고, 그들이 다시 잘 나가려 할 때 그 앞길을 막을 한 번의 기회는 바드시 온다. 그러니 그날을 기다리며, 지금은 버텨야 한다.


쫄지 마.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은 단 하나. 정직하고 품위 있고, 충실하며, 동지애를 잃지 않는 것.

"우리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직하고, 품위 있고, 충실하며, 동지애를 가져야 합니다." by 악셀 하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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