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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Jul 12. 2023

첫 끗발 개 끗발

처음부터 잘 될 때 조심해야 하는 이유

미국에서 사기를 당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드디어 내가 원했던 포지션으로 취업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프랑스인 CFO는 나에게 굉장히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해주었고 마치 내 앞날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질 것 같은 응원의 말을 많이 해주었다. 그래서 그 회사의 미칠 듯이 많은 야근을 이겨냈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회사생활에 매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공백과 그 사이 나에게 좋은 피드백을 해주었던 그 상사는 떠났고 다른 외국인 상사가 왔지만 그 이전에 내가 받았던 환대와 긍정적인 피드백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다. 그 뒤로 나는 방황했다. 예전에는 이렇게 하면 너무 잘했다고 칭찬받고 이랬는데, 이제는 전보다 더 나은 업무실력을 보인 거 같은데도 별 다른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이전부터 나에게 말해왔었던 포지션 변경도 되지 않고 같은 직무를 수년째 계속하다 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굉장히 좋은 회사에서 이직 오퍼가 왔고 면접과 인적성을 통과하며 마치 내가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할 거 같은 행운을 목전에 두었다가 추락했다. 그 장밋빛 미래는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너무 먼 지역이었기에, 나는 그 매력적인 오퍼를 끝내는 현실화시키지 못한 채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깊은 우울감을 느끼며 회사생활을 하다 끝내 퇴사했기 때문이다.


거의 4년 정도가 지나 옛 기억을 돌이켜 생각해 봤다. 무엇 때문에 그토록 힘들어했던가? 그것은 '초보자의 운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내 오판' 때문이었다. 사기당하고 들어가게 된 그 직장은 이전 회사생활에서 만난 그 어떤 곳보다 무엇인가 될 거 같다는 희망고문에 빠지게 했다. 물론 그 상사의 달콤한 응원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모든 것은 내 탓이기 때문이다. 첫 끗발 개끗발이라 했던가 우연히 들어간 직장에서 평소 받지 못한 칭찬에 나는 그냥 우쭐했던 거다. 내 실체가 더 나아졌다기보다는 그냥 그 칭찬과 인정에 살짝 우쭐해하며 자아가 비대해졌던 거다. 그래서, 옛말에 자식을 키울 때는 엄하게 키우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집에서나 오냐 오냐지, 사회라는 정글에서는 그 누구도 나를 오냐오냐 대우 하지 않기에, 너무 좋은 대우를 계속 받다 보면 그게 당연하고 기본 설정값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오히려, 세상은 더럽고 호의적이지 않다고 체념하는 편이 더 길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요령일지도 모른다. 더러운 세상에서 버티고 협상하는 기술을 연마하며 산전수전 다 겪어야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으면 즐기면 되지만 매일매일의 날씨가 좋지만은 않기에, 눈이나 비가 올 때, 바람이 불 때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바다로 나간 배는 항상 순항하지만은 않기에 폭풍이 몰아칠 때 배를 정비해서 그 폭풍을 빠져나갈 수 있는 노하우와 정신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첫 끗발 개끗발이다. 

사주학에서도 소년급제사주를 가장 위험하게 본다. 초년기에 호운을 맞이한 사주가 말년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이 사실 좀 드물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호기로운 대운이 짧게는 십 년, 길게는 삼십 년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기에 10대나 20/30대에 그 운을 다 써버리고 난 뒤 이후 50대부터 대운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다면, 추락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동안 계속 날씨가 좋았기에, 폭풍일 때 항해하는 법을 모르기에, 기벼운 소나기에도 바로 난파되기 십상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직장은 그런 면에서 좋은 곳이었네 처음부터 산전수전 다 겪고 있으니 말이다.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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