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거나 말거나

넌 내 기분을 망칠 수 없어

by 따뜻한 불꽃 소예

This too shall pass!

작은 회사를 다니고 있다. (전체 직원이 100명이 안 되는...) 이전에는 규모가 꽤 되는 회사를 다녀서 사실 작은 회사가 좋을지 알았다. 매출 규모가 5,000억 원 이상 되면 회계감사에 그룹 감사에 각종 보고서와 보고라인이 많아져 피곤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 이직할 때 일이 될 수 있는 한 없는 곳을 알아봤다. 수도권이 아니라 내 구미에 맞는 회사를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운 좋게 다시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기쁨은 딱 거기까지였다. 규모가 작다고 인간관계가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일이 많으면 인간관계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을 수 있다. 왜? 팀장님도 그렇고 모두 자기일 하기도 바쁘기에 남을 괴롭힐 시간이 없다. 하지만 작은 회사의 경우 부서에 한 명인 경우가 많고, 더 특이한 캐릭터들과 더 밀접하게 연계되어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여기 와서 느꼈다. 내 경우에는 전임자가 거의 1년 전에 떠나서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 게 여간 X랄 맞은 게 아니었다. 전임자의 직속상관은 (지금은 내 리포팅 라인은 아니라서 천만다행인) 열등감이 많은 나르시시스트이다. 말끝마다 '이거 몰라요? 아~나 없음 우리 회사 어떻게 돌아가나 몰라, 이거 내가 다 했잖아? 그것도 몰라요?' 이런투의 말을 계속해대는 사람이다. 업무를 인계받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우선 일을 받아야 하니, 아 네네 니 잘났습니다. 하고 하지만, 한 달 두 달 지나다 보니 점점 더 피곤해진다.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주지도 않으면서 엑셀 파일 던져주고 함수 트랙킹 기능으로 파악하라고 하고, 혹시나 실수가 나오면 엄청 쫑크를 준다. '그것도 몰라요? 난 이때까지 실수 같은 거 안 해봤어요.' 이런 식으로 사람을 조롱하고 비아냥 거리는 게 그의 일관된 습관이다. 이번 분기 마감에 실수가 나왔다. 분기 마감에 들어가는 전표를 처음 만들어 보기도 했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나르시시스트에게 딱 걸려서 엄청 스트레스받았다. 하지만, 뭐 그러라 그래.. 니 사이코 짓 덕분에 하나 배웠다.


혹시나 외국계 기업 혹은 작은 회사에 들어갈 때, 면접관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면접 때 이상한 질문을 하거나 약간이라도 찜찜하면 차라리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 바로 그 사람이 내 회사생활를 힘들게 할 바로 그X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도, 한번 잘못 들어가면 몇 년이 고통스럽다. 이직을 자주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경력직에겐 유리하기에 처음부터 자~알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전임자가 없은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곳 -> 그 말인즉 그 일을 제대로 가르쳐줄 사람이 없다는 말, 맨땅에 본인이 헤딩해야 한다는 의미이므로 자~알 생각해야 된다. 이런 교훈을 직장경력 15년이 되어서 여전히 깨닫고 배우게 되네, 이것도 복이라고 해야겠지~~


여하튼 그러라 그래, 넌 내 기분을 절대 망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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