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이사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짐을 다 정리하지 못했다. 하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남편에게 그냥 스윽 미뤄둔 나의 꾀도 있다. 그러다, 주말에 드디어 화장대를 정리했다. 사실은 화장대가 너무 오래되기도 하고해서 새로 하나 사야지 했는데 웬걸 너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화장대 살 돈을 굳혔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고 뿌듯한 순간을 보냈다. 사실 집을 이사 오면서 될 수 있는 한 많이 고치지 말자라고 다짐했다. 기능에 큰 문제가 없다면 그냥 쓰자, 그래서 화장실 타일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화장실에서 잘 거 아니니깐하는 마음으로 눈을 질끔 감고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만 고쳐 쓰고 있다. 아파트였다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생각하고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나오는 온갖 인테리어 사진을 보며 머리를 몇 달 끙끙 앓았겠지만, 이 집에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주택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돈이 좀 많이 없기에 실속을 차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나의 궁색함이 또 다른 만족감을 주었다. 그건 내가 말로만 부루 짖었던 환경오염을 하지 말자라는 취지에 난생처음 언행일치를 했다는 점 그리고 이 집의 히스토리를 남겨둘 수 있었다는 점- 집이 하나의 생명체라면 인테리어로 그 아이의 모든 점을 다 갈아엎어버리면, 그건 내 욕심이자 이 집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거니 생각하기로 했다.


주말에 샤워를 하면서 '나 참 행복하네'라고 생각했다. 좀 꼬질꼬질하고 낡았지만, 이 집에 있으면 난생처음 신기한 새소리를 들어볼 수 있고, 신선한 공기를 맡아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계절의 아름다움을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으니 너는 나에게 선물이자 축복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감사합니다. 집님^^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았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았다'.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말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처음 보고 삶의 모토로 여기고 있었는데, 이 집에서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았다를 추구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라는 작은 목표가 생겼다. 차마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았다까지는 많은 내공이 필요하기에 패스하기로...




나의 인테리어는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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