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에 던진 서운함, 존중으로 다시 태어나다.
어제, 마당에서 남편과 함께 낙엽을 태웠다. 시골집이라서 가능한 작은 불멍이었다. 그러다 문득, 임신 시절부터 써왔던 오래된 일기장을 불 속에 던졌다.
그 안에는 혼란과 불만, 그리고 상처의 기록들이 가득했다.
마지막 장에는 남편과의 갈등이 담겨 있었다. 그 페이지를 보여주자, 그는 한참을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내가 미쳤었나 봐.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그냥 태워버려."
그는 마치 증거를 없애려는 듯, 기꺼이 일기장을 불 속에 던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그때의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이는 분노로 자기를 파괴하지 않는다.
자기를 아끼는 이는 타인의 마음을 함부로 다치게 하지 않는다. 내면의 불안과 어둠에 갇힌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일지 모른다.
그들이 되찾아야 할 것은 빛나는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심장.
그것은 사랑일 수도, 연민일 수도, 혹은 성찰일 수도 있다.
나는 남편이 자기 자신을 더 따뜻하게 끌어안기를 바란다. 그 자기 사랑의 힘이 언젠가 그를 치유하고, 우리를 치유하기를.
그리고 나 또한 그 불꽃을 보며 다짐했다.
남편도, 아이도 소중하지만, 나 역시 지켜야 할 존재라는 것을.
햇살 내리쬐는 아침길을 걸으며, 책 한 페이지를 넘기며,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나는 나를 돌보는 시간을 더 자주 가지리라. 그렇게 내 마음을 보듬으며, 그 따뜻함은 내 곁의 사람들에게도 스며들 것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어젯밤에도 아이에게 날카롭게 굴었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맑은 하늘이 다시 열리고, 창문을 열어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 나는 잠시나마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속삭인다.
"괜찮아. 나는 나를 사랑해. 나는 나를 아낄 거야."
매일, 내 안의 성난 불꽃과 마주하면서 그 불꽃을 부드러운 빛으로 바꾸려 애쓴다. 나를 사랑하고, 곁에 있는 이를 이해하며. 결국 나는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않으리라.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남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 - 루이즈 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