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매일 편안하게 사는 방법

불교에서 여여(如如)하다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이 단어의 뜻은 평등하여 차별이 없는 모든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서로 다르지 않고 하나임을 아는 뜻이라고 한다. 즉 현상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어 평온한 상태일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여여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게 도대체 나에게 어떤 실질적 혜택을 가져다줄까? 인생이라는 망망대해를 그냥 둥둥 떠다니는 게 아니라 어떤 항구에 도착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 나는 이런 여여한 삶의 자세가 나에게 어떤 실질적 이득을 가져다줄지를 또 머리 굴려 생각해 봤다.

그건 아마도 '평온한 그리고 초연한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정도 일거 같다. 물론 이런 자세가 어떤 특별한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처럼 부와 성공을 가져다주는 비법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그 자체로 내 삶에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사실 그거 하나면 다 된 거 아닐까?

그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초연한 마음으로 살 수만 있다면 그건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자기다움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아주 가끔은 삶이 힘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삶의 방향이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힘든 일만 가중되는 거 같아, 나만 힘들게 사는 거 같아, 아 중도포기, 도망치고 싶다. 뭐 이딴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지금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얼마나 큰 신의 축복인가 그리고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삶이기에, 또 다른 가능성이,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품게 된다. 하지만 그 로또를 기대하며 오늘을 희생하고, 오늘의 생명력을 허투루 쓰고 싶진 않다. 기다리며 생명을 소진하는 삶은 정말이지 체질에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찌 되었건 나는 지금 이대로 충분하고 온전하다. 

그래서 나는 무심한 농부처럼 오늘 하루도 내 인생이라는 밭에 무심하게 씨를 뿌리며 살기로 했다. 반드시 내가 배추를 키워내고 말겠어 뭐 이런 애씀보다는, 그냥 정말 존나 시크한 농부처럼 씨를 쓰윽 뿌리고 살겠다. 오늘의 내 무심한 씨앗 하나가 언젠가는 시절 인연이 닿아 내게 근사한 경험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근데 그건 정말 시절 인연일 뿐. 성공도 실패도 하나의 경험이다. 그러니 나는 그냥 여여한 마음으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쓰윽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살아가리라. 

여여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살다 보면, 무심히 뿌려둔 그 씨앗하나가 여름철 내 더위를 식혀줄 아름드리 도토리나무가 될지 그 누가 알리 그리고 그 씨앗하나가 생명력 가득한 큰 숲을 만들어 낼지 그 누가 알랴 그 멋진 숲도 하나의 씨앗으로 시작했음을 기억하며, 내 하루하루를 여여하고 충만하게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