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판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름에 맡긴다
꿈자리가 사나웠다. 포도나무 덩굴이 커지더니 담장을 무너뜨리는 꿈을 꿨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뭐지 무슨 일이 있으려나? 불안감이 찾아왔다. 내 주변에 어떤 안 좋은 일이 발생하면 어쩌지.. 뭐 이딴 샤머니즘적 해석들이 잠시 나를 괴롭혔다. 그러다, 뭐 좋고 나쁘고 가 어디 있어?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난 또 잘 헤쳐나갈 거야 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잠결에 우리 아들 통통한 볼을 보니 행복했다. 이 녀석이랑 내가 언제까지 같은 침대에서 잘 수 있을까? 이 녀석은 항상 내 옆에 딱 붙어서 잔다. 그리고 항상 잠결에도 '엄마 안아줘' 한다. 그러면 나는 가만히 안아준다. 이런 날이 얼마나 있을까? 할 수 있을 때까지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 만약 내가 불안에만 잠긴다면 이 녀석의 통통한 볼과 촉감을 느끼지 못하고 잠을 설쳤을 것이다.
디펙 초프라의 우주 리듬을 타라는 책을 읽고 있다. 내가 읽는 모든 영적인 책들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일들을 유불리로 바로 보게 되면 근시안적이며 불안해진다. 하지만 우주는 긍정으로만 그리고 부정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저항하여 살다보면 힘에 부친다. 그냥 그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모든 현상들을 받아들이다 보면, 우리는 우리 근원과 마주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평온함과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이런 책들을 읽기 전에는 긍정적인 생각만 해야지 했다. 그래서 평소 부정적인 말들을 하는 우리 엄마와 시댁식구들을 모두 다 피하고만 싶고, 누군가 그런 부정적인 피드를 나에게 주려고 할 때마다 병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리고 스스로도 혹시나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쩌나 불안해했다. 남편의 검진결과가 다음 주에 나온다. 그래서 불안한 내 내면이 잠재의식 속에서 부정적인 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니 그 꿈을 판단하지 말자.
세상엔 유불리가 없다. 일어나야 할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며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 살다 보면 또 새옹지마 - 불행이라 여겨졌던 일들이 내게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또 그 반대가 불행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인생을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살다 보면 내가 없어진다고 한다. 나라는 존재는 상황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나는 그 어떤 사건들이 발생하든 그냥 있는 그대로 '평온함과 고요함'으로 이 모든 것들을 흘려보내야 한다. 맨처음에는 이런 말들이 머리로만 이해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들이 점점 가슴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어제까지는 비가 오고, 흐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다시 해님이 나왔다. 참 감사한 아침이다. 물론 해님은 어제도 떴고 그제도 떴다. 단지 구름 뒤에 있었을 뿐, 나도 마찬가지다. 내 존재는 그냥 이대로 있을 뿐이다. 좋을 때에만 나라는 존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는 '그대로' 존재하기에 나 역시 내 존재로서 이 삶을 살아가야겠다고 내게 말했다. 감사함과 평온함을 느낀다.
디펙 초프라 '우주 리듬을 타라' p.99~101
모든 것이 일시적이고, 끊임없이 바뀐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본질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에 의존할 때 당신은 변화에 저항하는 대신 그것들을 즐긴다.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어찌할 것인가? 분명 나쁜 일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좋다. 당신의 근원으로 돌아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라. 모든 것이 오고 간다. 당신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굳이 좋게 또는 나쁘게 보아야 할 이유가 없다. - 중략 - 우리는 자기 생각을 조작할 필요가 없다. 자기 생각을 조작하는 것은 인위적인 것이다. 자연 발생이 더 낫다. 자연 발생에 충만한 기쁨이 있다. 자연스러운 것이, 우주가 우리를 통해 스스로 놀게 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
무엇이 긍정적인 마음인가? 그것은 하나의 해석이다. 무엇이 부정적인 마음인가? 그것 역시 하나의 해석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의 차이는 때로 매우 피상적이다. - 중략 -우리는 긍정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을 넘어 침묵하는 마음, 판단하지 않고 분석하지 않고 해석하지 않는 마음으로 건너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말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는 내적 침묵을 경험한다. 그 순수 침묵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근원과 다른 모든 것들에 연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