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표현하기

슬플 때는 슬퍼하고 속상할 때는 속상해 하자.

by 따뜻한 불꽃 소예

남편이 어버이날이 다가와서 본가에 가기 위해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그때 아직 휴대폰에서 지우지 못한 아버님 전화번호가 같이 떠서, 아버님 생각이 났다고 한다.(어머님과 아버님은 뒷자리가 같았다.) 남편은 그동안 아버님의 전화번호를 그렇게 외우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너무 쉬운 번호였다며 후회했다. 아버님이 살아 계셨을 때 왜 더 자주 뵙지 못하고, 전화를 더 하지 못했을까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남편은 자기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버지가 그립다고 울었다. 장례식장에서도 덤덤했던 그였는데... 나는 남편에게 '그래 슬퍼해, 마음껏 슬퍼해 괜찮아'라고 말해주었다.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 한국 남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께서 가끔 아이가 울 때 '남자는 우는 거 아니야'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훈련을 하지 못해서 오히려 화가 쌓이고 스트레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프면 울고 기분이 나쁘면 기분 나쁜 것을 잘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절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배출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상 그리고 관계상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남편 역시 보수적이고 자기표현이 서툰 한국 남자이기에, 자기감정을 잘 표현하고 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편은 자기감정에 대해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결코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솔직하고 당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고 한다. 남편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혹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그러했기에, 그의 속상한 감정들은 쌓이고 쌓이다 가끔은 폭발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으로 표현이 되고 또 어떨 때는 마음속에서 응어리져버리다 몸이 망가져버린 거 같다. 암환자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모두들 하나같이, 이런 감정의 응어리들이 있는 것 같다. 자기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여 끙끙 앓거나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미숙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또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그런 악순환에 빠지다가 몸이 망가져버리는...


최근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산업안전보건 강의에서 개인의 직무 관련 스트레스 관리법 중 하나가 '자기주장 훈련'이라는 것을 배웠다.


자기주장 행동이란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불쾌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자신의 욕구나, 감정 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때 사실 아하 했다. 신약 할수록 이런 자기주장 훈련을 해야겠구나, 그래야만 나의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지 않고, 내 감정을 적절히 잘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행동에도 주의를 주고 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겠구나!!! 여기서 포인트는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 성과를 드러내는 자기표현능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불만과 감정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 역시 중요한 자기표현능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개인이 각자 스스로의 성찰과 자제력을 통해서만이 획득해지는 삶의 어떤 연륜과도 같은 것인 거 같다. '세련되고 우아하게 자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자.' 그리고 내 아이에게도 반드시 1. 자기감정에 대해 솔직해지고 표현할 수 있도록. 2. 그 표현방법이 세련될 수 있도록 (특히 타인을 비난하거나 불쾌하게 하지 않으면서) 올바른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감정이 물이라고 한다면, 그 물은 반드시 잘 흘러야 한다. 그 감정을 가두거나 감추려고 한다면, 그 물은 쌓이고 쌓이다, 갑자기 예고도 없이 잘못된 곳에서 터져버려 수해를 일으키는 무서운 존재가 되어버린다. 감정은 강물처럼 유유히 잘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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