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엄마는 일해... 하지만 미안하진 않아.
남편의 CT 결과를 듣기 전날 밤 나는 심란하여 쉽사리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이를 재우기 위해 불을 끄려고 이제 자자하고 했을 때 아이는 보고 있던 유튜브를 끄지 못하고 나와 실랑이를 벌였다. 내가 버럭 하자 아이 역시, '엄마 왜 나한테 짜증 내! 엄마도 화내고 아빠도 나한테 짜증내고 선생님도 혼내고 나 힘들어!!! 왜 나한테 그래!!!' 이렇게 고함을 치는 것이다. 그때 갑자기 미안함이 훅 올라왔다. 아~우리 아이도 우리와 같이 큰 역경을 지나가는구나, 자기 사촌들처럼 매주 산으로 들로 캠핑 가지도 못하고 우리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시련을 우리와 같이 맨몸으로 맞고 있구나. 미안해 아들... 나도 모르게 스르륵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급하게 불을 끄고 아이에게 자자고 말했다. 아이는 내 눈가를 만지더니, 엄마 울어? 엄마 울지 마~내일 부처님한테 가서 다 괜찮게 해달라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해달라고 빌어하며 나를 다독여 주었다. 이럴수록 엄마가 우리 아들을 지켜주고 재미있게 해주어야 하는데 엄마인 내가 너무 미안하다. 너에게 더 좋은 엄마, 버럭 하지 않는 엄마가 될게..
어린이날이다. 하지만 회사 마감 일정으로 이렇게 회사에 나와 일하고 있다. 마음이 여간 쓰이는 것이 아니지만, 굳세게 마음을 먹기로 했다. 일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선 안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유독 심한 '착하고 헌신적인 엄마, 희생적인 엄마 콤플렉스'에서 벗어 나와야만 아이도 이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런 점은 우리 엄마가 참 잘하는데, 나의 엄마 역시 일하는 엄마였고, 엄마는 다시 그 시절이 돌아간다고 해도 자신은 일할 거라고 했다. 우리보다 자기가 더 소중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모든 엄마는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하는데, 우리 엄마는 아니니깐 엄마가 엄청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세월이 몇십 년이 훨훨 흘러 내가 엄마가 되고 주위를 돌아보니, 그 말도 틀리진 않았던 거 같다. 엄마가 일하느라 안 계셨지만, 오빠와 나는 무탈하게 큰 거 같다. 오히려 엄마의 극진한 케어를 받은 내 친구들보다 엄마에게 느끼는 어떤 미안함 같은 것 없이, 어떤 부채의식 없이 잘 커온 거 같다. 그래서 앞으로 나의 아이에게도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배울 것이고,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기 인생에 한 두 가지의 결핍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므로 이것 또한 그 아이가 받아들여야 할 하나의 조건인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결핍과 슬픔, 어느 정도의 불행은 그저 우리 삶의 보편적 조건이다. 특별하지 않다."
서천석 교수님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