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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Jul 01. 2024

때론 아줌마가 된 것이 행복하다

나이 듦에 대해

회사에서 회식을 했을 때 외국 손님이 말하기를 한국에서는 아줌마와 절대 상대해선 안된다고 하더라?라는 농담을 했다. 본인의 한국인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우리들에게 전달했다. 순간 우리 엄마와 비슷한 연령의 굳건한 이모, 친구 엄마들이 머릿 속으로 떠올랐다.


아줌마의 힘


편의점에서 50대 후반의 사장 아주머니랑 이야기를 하다, 본인이 아이를 키울 때 아이가 키가 작아질까 봐 매해 보약을 해서 먹인 이야기, 그리고 악착같이 아이에게 밥을 먹이려고 노력하신 이야기를 들었다. 그 엄마의 노력 덕분에 그 편의점 아들은 훤칠한 키의 대학생이 된 듯 보인다. 아 고생이 많으셨겠다.


한국 아줌마들에게 이런 악착같음, 자기 가족을 챙기려고 하는 악바리 같은 근성이 있다. 그것이 때론 추악하게 발현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런 아줌마 근성이 아름답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재미교포 이미진 작가는 아줌마의 그런 억척스러움을 파친코라는 소설 속 선자를 통해 긍정적으로 잘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억척스러움, 삶에 대한 강한 의지 혹은 투지


나의 엄마를 떠올리다 보면 그 특유의 생존의식이 느껴진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그 누구보다 빠른 몸놀림, 무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대단한 능력과 그 화려하고 뻔뻔한 언변술. 어릴 적에는 그런 엄마가 많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의 그런 억척스러움 덕택에 무능했던 아버지를 대신해 오빠와 내가 대학공부 마치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갈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로 인식되고 있을까? 

사실 나는 엄마 같은 엄마는 되기 싫었다.우아하게 아이가 집에 오면 '어~왔니' 하며 쿠키를 만들어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고 안아주는 그런 상냥하고 다정한 엄마, 힘든 일은 안하는 그런 이상적인 엄마가 되는 걸 머리 속에 그렸었다. 나이가 들어 알게 되었지만, 다정함은 재력과 여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삶에 찌든 그리고 그 무게에 짓눌려 가라앉고 있는 나약한 엄마가 아닌가 하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상한 엄마는 내 머리 한편에 영원히 남겨두고, 지금은 어릴 적부터 봐왔던 우리 엄마처럼 삶의 고통을 전면으로 컴온하며 맞다이 할 수 있는 파이팅 넘치는 '아줌마'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봤다.


실패와 고난을 적극적으로 짊어지고 파이팅 넘치게 나아가는 게 그게 한국 아줌마 니깐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나도 회사에서 나를 화나게 하는 놈들을 만나면 아줌마의 매운맛을 보여주리라 다짐해 봤다. 


아줌마는 강하다. 강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니, 아줌마는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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