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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Jun 28. 2024

나는 관대하다!

일단 먼저 나에게 관대해 진다.

회사에서 중요한 손님이 왔다 갔다. 회식자리에 하필 내 자리가 그 손님들 옆이었다. 아 OTL, 오신 손님이 불편해하면 안 되지 하고 대화를 계속 주고받은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아 말단인 내가 뭐 하러 그런 이야기까지 했을까 하고 벽에 내 머리를 꽝꽝 찍었다.


찝찝하고 그냥 창피한 기분이 이어지다. 갑자기, 영화 300의 페르시아 왕의 대사가 떠올랐다.


"나는 관대하다, 아 엠 카인드"


나는 왜 이렇게 나 자신에게 완벽한 모습을 기대하는 걸까라는 자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혹한 잣대로 스스로 완벽해야 한다고 나를 몰아붙이고 있는 거지?! 어떤 순간에는 나 자신이 정말 못나 보이고, 찌질할 수도 있고, 건방질 수도 있고 또 멍청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이상향과 너무 멀어진 내 현실 모습 때문에, 그렇게 스스로에게 불만족하고 관대하지 못하는 것일까?


좀 더 관대해지자.

우리 모두는 불완전하고, 찌찔하다. 그러니, 너무 나 자신에 실망할 필요도, 못난 내 모습에 좌절할 필요도 없다. 내가 나에게 가혹해질수록 관대하지 못할수록, 아이에게도 가혹한 잣대를 들이 밀고, 더 나아가 타인에게도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 잣대로 평가해 버리는 꼰대가 되고 있다. 나 자신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일수록 내가 남을 바라보는 스펙트럼도 넓어질 것이란 생각도 든다. I'm worth it! 무엇을 하던지 말이다.


이런 모습, 저런 모습도 다 나의 한 모습일 뿐이다. 그리고 그 모든 모습을 내가 모두 수용하기에,

나는 나에 대한 어떤 마음의 걸림도, 두려움도 없앨 수 있기에, 나에 대한 뒤바뀐 헛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 어떤 모습으로도, 어떤 증명 없이도 나는 나로서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관대하다. 나에게도,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말이다.




*반야심경에서 인용

얻을 것이 없는 까닭에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서,

뒤바뀐 헛된 생각을 멀리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며,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최상의 깨달음을 얻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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