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선택하다

억울해지지 않기

by 따뜻한 불꽃 소예

지난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다음 주는 우리 집에 가자고 약속했다. 막상 그 주말이 되자, 갑자기 할 일이 늘어났다. 치과도 가야 하고 갑작스럽게 주말 일정이 내가 생각한 계획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러다 남편과 의논을 했는데, 내 생각에 남편은 부모님이 오시는 것을 싫어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부모님께 일정에 대해 의논하지도 못하고 여차저차 시간만 흐르고 있었는데, 저녁 늦게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본인들은 나중에 사위 건강 회복되면 집에 오겠다며 우리 식구끼리 오붓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하셨다.' 전화를 끊고 나서 눈물이 주르륵 나왔다. 세상 불쌍하고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부모님 초대해서 그런 오붓한 시간을 가지지 못하나, 저 원수 같은 X을 만나서, 자기들 식구들은 몇 번이고 오는데 우리 친정식구들은 우리 집에 오지도 못하고 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일요일 오전 샤워를 하다, 엄마가 말씀하신 우리 가족끼리의 오붓한 시간이 그려지지 않았고 마음만 어지러워졌다. 그때 갑자기 '아니다, 그냥 부모님을 모시고 오자'라고 결정하고 남편에게 그렇게 통보했다.


부모님을 모시러 가는 길에 깨달았다. '아 내 행복은 내가 결정하는 거구나, 괜히 내가 불쌍한 역할을 할 필요가 없구나!!!.' 부모님은 우리 집에 오셔서 너무 만족해하셨고 우리의 건강과 안위를 위해 우리 집 뒷산을 향해 기도하시고 사위를 안아주며 얼굴이 밝다고 덕담도 해주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실은 어제 엄마는 아빠에게 우리 집 갈 준비를 단단히 시키셨다, (목욕재계하며 기다리셨는데...)하지만 내 전화가 없자.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말씀을 하신 거다... 아휴 내가 오전에 부모님을 모시지 않았다면 얼마나 실망하셨을까? 남편은 자기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말은 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런 비슷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생 변수로 인해 (남편, 시댁, 직장 등등),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그래서 내 인생을 한탄하고 남을 얼마나 미워했던가... 하지만, 행복은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일요일 오전, 그 행복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남편의 성향과 갑자기 뚝 뛰어나오는 많은 변수들을 내가 변화시킬 순 없지만, 그 고정값 이외에 나머지는 내가 모두 변화시킬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내 삶의 행복과 삶의 질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황석영 선생님의 바리데기라는 소설을 읽고 있다. 세상의 모든 풍파를 겪고 이제는 사랑하는 아이까지 잃어버린 주인공 바리가 망연자실하여 세상을 원망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시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내용이 참 가슴 깊이 다가왔다. '아무런 악한 짓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신은 왜 저에게만 고통을 주는 거예요?' 믿고 의지한다고 뭐가 달라지죠?'

'신은 우리를 가만히 지켜보시는 게 그 본성이다. 불행과 고통은 모두 우리가 이미 저지른 것들이 나타내는 거야. 우리에게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도록 가르치기 위해서 우여곡절이 나타나는 거야. 그러니 이겨내야 하고 마땅히 생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야 한다. 그게 신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거란다.'


우리가 겪는 많은 불행과 우여곡절은 절대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불교에서 말하는 내 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세상에는 분명 아름다움이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내게 허락된 이 생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도록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매 순간 선택하며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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