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크기를 줄여보기로

소소한 행복이라고 하지

by 따뜻한 불꽃 소예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주인공은 99,999불의 자동차를 사기를 원하는데, 마침 작은 블록을 99,999개 만들면 그 차를 얻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몇 날 며칠을 밤새 노력하여 드디어 그 차를 얻게 된다. 그런데 그 차를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나가던 중 신형차 광고를 보고 또 그의 마음이 요동쳤다. 그 섹시한 차의 가격은 바로 199,999불 그래서 그는 그날부터 또 부품 조립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로 동화책은 마무리된다... 후훗 자본주의 모습을 아주 잘 그려낸 동화책인 거 같다.


원래부터 부자가 아니라면,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을 잘 요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그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는 얼마나 내 영혼과 내 가족과의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할까? 우리 부부는 결혼 후 단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 둘 다 명품을 좋아하고 어떤 비싼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한 것도 아니지만, 원체 물려받은 거 없이 맨땅에 헤딩하다 보니 어떤 조급함이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결혼 후 휴가도 없이 그 동화의 주인공처럼 여러 날을 밤샘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 얼른 돈 벌어서 아파트 사야지하면서 말이다. 남편이 그렇게 되기 직전까지 나는 매일 네이버부동산에서 내가 가고 싶은 동네 아파트 값을 쳐다보며 '아 나는 언제쯤 저 동네에서 살아보나, 나는 언제쯤 저런 라이프 스타일을 누려보나' 하고, 내 인생을 한탄하고 아파트 값이 오르면 투기꾼과 정부를 욕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투자 타이밍을 놓칠 때마다 남편에게 무서운 레이저를 쏘아대곤 했다. 항상 불행했고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남편이 아프고 나서는 그 모든 것들이 참으로 별거 아닌 거처럼 느껴졌다. 특히나, 남편이 아프고 시골 주택으로 들어온 뒤로부터는 거주에 대한 내 욕망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더 이상 아파트 가격을 쳐다보고 한숨 쉬고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냥 이 시골 주택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지 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행복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벅스도, 올리브영도, 다이소도 없지만, 집 뒤에 바로 산이 있어 맑은 공기를 바로 맡을 수 있고, 텃밭을 가꾸며 계절마다 꽃을 감상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내게 등산의 즐거움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나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 내가 꿈꿔왔던 그 동네에 산다한들 내가 행복하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대형마트와 스타벅스가 가까이 있는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내 욕망의 주머니가 가득 채워졌을까? 아마도 나는 다른 욕망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완전 금욕적인가? 그렇지도 않다. 나는 여전히 샤넬 가방을 보면 사고 싶고, 마트에서 어떤 아줌마가 셀린느 가방을 메고 있으면 나도 몰래 눈이 힐끗하긴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한다. 저걸 사기 위해 난 얼마나 내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할까? 내 아이와의 시간, 나의 평화로운 여유를 포기해야 할까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아휴 뭐하러 이렇게 그 생각을 접게 된다. 회사 점심시간에 근처 강변을 걷는다. 걷다 보니, 5월이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타벅스는 아니지만, 취향저격 카페도 발견했다. 3,300원짜리 아이스 바닐라크림 라테를 마실 수 있는 사치도 부릴 수 있다. 비록 내가 원하는 셀린느 가방도, 비까 번쩍한 럭셔리 아파트도, 호사스러운 호캉스도 누리지 않지만 내게 주어진 일상을 그 누구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 참조: 최고의 차: 다비드 칼리 글/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바람숲아이 역/ 봄개울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