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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Aug 12. 2024

이타적인 삶을 생각해보게 하는 등불

소록도 큰 할매, 작은 할매를 읽고

환자가 있는 가정은 참 쉽지 않다. 남편이 아프기 때문에 집안의 모든 일들은 다 내 몫이 되었다. 아이케어, 살림, 밥벌이, 그 어느 것 하나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어서 때론 지금의 삶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고, 때때로 아니 자주 결혼을 잘못했다는 말은 무심결에 마구 내뱉고 있다. 아이에게도 짜증을 미친 듯이 낼 때도 많고, 시댁, 시어머니와 남편이 미친 듯이 밉다, 그리고 내 삶을 저주하기도 했다.


어제 저녁 아들과 [소록도 큰 할매 작은 할매]* 그림책을 같이 읽었다. 지난주에도 읽었지만 아들은 이 책이 좋았는지 잠들기 전 '엄마, 내가 그림책 읽어줄게' 하며 내게 이 책을 읽어주었다. 이 책은 한센병에 대한 이해가 낮았던 그 옛날에 모든 사람들이 심지어 정부마저 한센인들을 차별하고 격리시키던 그 냉혹하고 무자비한 시절에 오스트리아에서 오신 두 명의 수녀님께서 한센인들이 모여사는 소록도에 들어가 평생 동안  한센인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하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마리안느, 마가렛 수녀님의 숭고한 삶을 아이의 동화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 속에 나온 두 수녀님의 거룩하신 삶을 보면서 지금 내 영혼이 얼마나 세속적이고 나만 생각하나라는 반성이 들면서 내가 부끄러웠다. 아마도 난 뼛속까지 이기적이기에 억울하다 손해 봤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사람도 존재한다. 자신의 삶을 타인을 위해 온전히 다 바치는 그런 이타적인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물론 쉽게 찾기 힘들지만, 나 역시 감히 그런 이타적인 인간이 되려고도 그리고 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나마 내 삶을 그리고 남편을 덜 미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작 내 배우자와 아이를 케어하는 일만 할 뿐이지만, 세상에는 이런 거룩한 마음을 가진 천사들도 계신다.


종교는 다르지만, 나는 이 책에 나온 이 수념들의 기도문이 너무 좋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 어두움이 있는 곳에 빛을 그리고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이 기도문을 보자면, 불경에서 나온 보살의 모습이 아마도 이 두 수녀님이 아니실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참보살은 이타적이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오셨기에, 이 두 수녀님들처럼, 사랑받으려 하기보다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위로받으려 애쓰기보다는 위로 할 수 있도록 하시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통해 읽은 이 동화책이 한동안 ''에 갇힌, '내 이기심과 욕심'에 눈멀어 '내 처지'만 생각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깨어나라고, 정신 차리라는 신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적어도 이번주 아니 오늘 하루만큼은 신이 내게 주신 이 삶을 더 감사해하고, 사랑받기보다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위로받기보다 더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리라.


감사합니다. 수녀님 그리고 작가님~



" 오, 주님 저를 당신의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심게 하소서.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오, 거룩하신 주님.
제가 위로받으려 애쓰기보다는 위로할 수 있도록
사랑받으려 애쓰기보다는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

소록도 큰 할매 작은 할매

* [소록도 큰 할매 작은 할매] by 웅진주니어, 강무홍글. 장호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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