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불꽃 소예 Aug 02. 2024

모든 곳을 지키려면 모든 곳이 약해진다.

내가 살기 위해선 일단은 외주다. - 워킹맘의 방학전략

워킹맘들에게 두려운 방학이 돌아왔다. 집에 환자가 있는 우리 집은 벌써부터 걱정이 늘어졌다. 지난 겨울방학에 남편과 아들의 수많은 갈등, 그로 인한 감정적 손실, 불평, 불만을 경험한 지라 나는 바로 긴장모드에 들어갔다.


일단 시골 우리 동네의 돌봄 교실은 도시락을 싸와야 한다. 그래서 과감하게 패스시켰다. 그다음에 내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바로 학원이다. 나는 시골 우리 동네에 가능한 모든 학원들을 알아봤다. 남편은 자기가 돌보지도 못하면서 아이 학원 뺑뺑이 시키는 것은 싫다고 했지만 우리 집 의사 결정권자는 앞으로 나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영어, 수학, 미술학원을 등록했다. 진행시켜!. 일단 오후시간은 클리어!


그다음 밥이다.

남편은 자기 몸 하나 챙기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나는 시어머니께 SOS를 쳤다. 그 전달부터 보약을 해드리며 약간 약을 쳐놓기도 했고, 어차피 여름에 에어컨비 아까워 더운 아파트에 계실 바에 우리 집에서 시원하게 그토록 좋아하는 손주와 아들 보며 계시는 게 낫기에 어머니는 바로 오케이였다.


두둥 방학시작. 여름이면 다른 집은 캠핑도 가고 해외여행도 간다고 한다. 하지만 우린 그렇게 해 줄 수 없다. 여건상 티브이가 가장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내 휴가기간에 옆동네 과학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과감히 신청해 거길 며칠 다니고 있다. 그 과학관에서 '만들기'도 하고, 그 앞 놀이터에서 물놀이도 하며 나름 즐겁게 보내고 있다. 어젠, 친절한 우리 떵애씨가 우리 아이를 데리고 놀이동산도 다녀왔다. 아 어떻게든 보내지는구나. 고마운 떵애씨!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고 그것에 감사해하는 것!


나는 그걸 아이에게 가르치고 나 스스로 배우고 실천하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지키려 하지 않는 것! 나는 지금 이 순간에는 내 본진만 지키겠다. 스스로에게 과도하게 부여한 모든 책임들을 하나둘씩 내려놓고 본질 하나만 가지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지키고 그러고 나서, 식구들을 챙긴다.

난 완벽한 회사원도, 완벽한 딸도, 며느리도, 아내도, 엄마도 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길은 다 외주다! 얼마 전 읽은 손자병법에서 이런 구절이 나왔다. '모든 곳을 지키려면 모든 곳이 약해진다.' 사는 전쟁인 내가 요즘 꽂혀 읽고 있는 책이다. 근데 너무 맞는 아닌가? 나는 너무 실수투성이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지만, 이런 불완전한 나를 이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남편이 아픈 것도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는 것도 결코 내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는 그 무엇인가를 가졌다고 해도, 정말 그래도 괜찮다. 나는 나 자신으로, 이 땅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이기에 다 괜찮다. 그러니 모든 것을 다 잘 해내려고, 다 지키려고 하진 말아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래소득을 당겨 쓰는 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