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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Jul 11. 2024

하수의 자세

Pressure pushing down on me

샤워를 마치고, 저녁에 아들이 내게 말해준 꽤 괜찮은 말을 칭찬해 주려고 나온 순간 사건이 터졌다. 사실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뭐 한... 아들이 내 목걸이들을 모두 꼬아, 다 엉키고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아이는 나를 위해 그랬노라고 했지만 난 완전 열이 받았다. 마치 줄들이 서로 엉켜버린 목걸이들이 내 인생 같다는 망상적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완전 짜증을 내고 화를 냈다. 새벽 두 시까지 꼬인  목걸이들을 풀면서 혼자서 욕도 하고 짜증도 내고 화도 내고 쌩 난리를 부렸다. 그리고 목걸이 하나는 전사하였다.


아침이 되자 후회가 되었다. 난 왜 이렇게 못난 엄마일까? 그깟 목걸이가 뭐라고 말이다. 난 압박을 받으면 무너지는 거 같다. 아무리 무너져선 안된다고 수없이 나에게 말해도, 스트레스적 상황에 놓이면 짜증과 화를 낸다. 물론 욕을 하면서 그 일들을 완수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좀 더 나이스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해내는 거 같지 않다. 보란듯이, 이런 상황을 교육적으로 이용해서, 아이에게 좀 더 성숙하고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이고 싶은데, 난 계속해서 이런 못난 모습을 보여주게 되어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아이는 이런 내 성격을 닮아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는 거 같고, 아이 역시 스트레스적 상황에 놓이면 감정조절이 안 되는 거 같다. 다 내 잘못이다.


갑자기 퀸의 노래가 생각났다.

Pressure pushing down on me, pressing down on you, no man ask for. 

압박, 나를 압박해, 너를 압박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걸 원하지 않아. 


image from blog: 영화 노래 추천/팝송 해석:: Under Pr..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이런 스트레스적 상황에서 좀 더 어른스럽고 아름답게 대처할 순 없는 것일까? 고수처럼 말이다.


아침에 아이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니야 엄마 잘못도 있어, 그리고 그럴 때도 있어. 괜찮아. 상황이 내 맘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아. 그래도 잘 풀어가면 되는 거야, 걱정하지 마, 어제 엄마가 너무 화내서 미안해. 


역시 감정은 무의식의 영역인지도 모르겠다. 이성적으로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아름답게 대처하지 못한다. 부정적 회로로 경부고속도로가 나버려서 그런가... 아이에게는 긍정적이고 괜찮은 경부고속도로를 내주고 싶지만, 그게 참 어렵다.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압박속에서도 내가 화를 내지 않고 아이에게 잘 대처할 수 있다면 난 정말 내가 자랑스러울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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