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ure pushing down on me
샤워를 마치고, 저녁에 아들이 내게 해준 꽤 괜찮은 말을 칭찬해주려고 방을 나서는 순간, 작은 사건이 터졌다. 사건이라고 하기엔 다소 소소했지만, 나에겐 꽤 충격이었다. 아들이 내 목걸이들을 하나하나 꺼내와 전부 꼬아놓은 것이었다. 줄들이 서로 엉켜버린 목걸이들을 보자, 마치 내 인생이 엉켜버린 것 같은 망상까지 올라왔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 짜증을 냈고, 심지어 혼자 욕까지 했다. 새벽 두 시까지, 끈질기게 목걸이들을 풀어냈지만 그 와중에 하나는 결국 끊어져버렸다.
아침이 밝자, 나는 깊은 후회에 휩싸였다. ‘난 왜 이렇게 못난 엄마일까.’ 그깟 목걸이가 뭐라고.
왜 나는 그토록 쉽게 무너져버렸을까. 수없이 다짐했지만,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나는 여전히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들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듯하다. 완벽주의적이고, 압박 속에서 감정 조절이 어렵다. 다 내 탓인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시렸다.
그 순간, 퀸(Queen)의 노래가 떠올랐다.
Pressure pushing down on me, pressing down on you, no man asks for.
압박은 나를 누르고, 너를 누르지만, 어느 누구도 그걸 원하지 않아.
‘이런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좀 더 어른스럽고, 아름답게 대처할 순 없는 걸까.’ 아침이 되어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미안해."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아니야, 엄마 잘못도 있어. 세상에는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이 많아. 그럴 때도 있어. 괜찮아. 우리, 잘 풀어나가면 돼." 이성적으로는 다 알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설명하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막상 닥치면, 무의식이 먼저 튀어나온다. 어쩌면 내 안에는 오랫동안 부정적 감정으로 닦아진 고속도로가 이미 단단하게 깔려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아들에게는 더 따뜻하고 단단한 길을, 좀 더 긍정적인 경부고속도로를 내어주고 싶다.압박 속에서도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면.그때야말로, 나 자신이 참 자랑스러울 것 같다.
오늘도, 그렇게 조금씩 연습해본다.
오늘의 작은 반성문 하나.
그리고,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