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지 않은 몇 년이 이어져오고 있다. 밥벌이의피곤함과 아픈 남편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어린아이케어... 그런데며칠 전부터이 삶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 상투적인 표현 "살아있음에 감사하다"는말이 뭔지 알 거만같은 며칠이다.
나는 아이가 잠들었을 때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무쵸무쵸 뽀뽀를 왕왕해댄다. 조용한 시골밤, 적막이 몰려오면 나도 이내 정신이 든다. 그래서 낮동안 아이에게 잘못한 모든 일들이 떠오른다. 그리곤 통통한 아이의 볼이 보인다. 쫀득해 보이는 우리 아들의 볼살이 너무 좋아 거기에 대고 방귀소리를 내기도 하고, 아이는 귀찮아하지만 뽀뽀도 내 맘대로 많이 해준다. 어쩌면 이렇게 내 맘대로 뽀뽀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은 4학년만 되어도 엄마와 멀어진다고 한다. 그때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눈물이 난다.
남편이 아파서 그리고 일하느라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다. 그래, 정말 몇 년간 정신 나간채로 살지 않았나 싶다. 할머니가 되면 손주가 그렇게 예쁘게 보이고, 무조건 다 주고 싶은 이유는 그 나이가 되면 온전히 자기 정신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다고 고군분투하며 정신 놓은 채 살다 보니, 아이는 이미 다 커버린 거다. 그리고, 난 아이에게 내가 주고 싶었던 그 사랑을 주기엔 너무 나이가 든 할머니가 된 거다. 찰나의 순간에 그렇게 돼버린 거다. 그리고 내 아이가 어린 손주를 데리고 나에게 왔다. 그 아이의 얼굴에서 내 잃어버린 어린 자식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할머니들은 내가 그때 내 자식에게 주지 못한 아니 주고 싶었던 그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거라고 한다... 참 삶은 알 수 없다.
나도 밤이 되면 내 정신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어김없이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올라온다. 낮동안 그렇게 잔소리를 하고 미운소리 엄한 소리를 하다가, 밤이 되면 내 정신으로 돌아온다. 아직 아이가 만으로 7살밖에 넘지 않으니, 지금이라도 그 사랑을 표현하기에 너무 늦지 않았겠지 하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어젠 늘 하던 잔소리를 줄여봤다. 대신 너무 이쁘다고 사랑한다고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은 너라고 말했다. 내 아이는 나의 그 말을 좋아하며 나를 꼭 안아줬다. 그리고 자기 앞머리를 묶어 주면 자기는 천사로 변신하다며 앞머리를 묶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사과머리로 해줬더니, 3살짜리로 돌아간 듯, 귀염둥이로 변신해서 효자노릇을 했다. 내 어깨도 토닥이고, 숙제도 잘하고 이빨도 잘 닦고 잠도 잘 드는 거다. 아이는 자면서도 엄마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참 고마운 날이다. 쏜살같이 지나갈 이 시간을 이제는 아이에게 다시 되돌려줘야겠다. 너무 늦기 전에 내 마음을 표현해야겠다. 살아 있는 거 자체로, 존재만으로도 사랑받기에 충분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