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란함 뒤로 고요함이 들어선다

그래 모든 것은 지나가는구나.

by 따뜻한 불꽃 소예

고요함을 닮은 사람들

소설가 한강작가와 영화감독 봉준호 감독.

난 이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참으로 고요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애 가장 큰 영광의 물결이 그들을 덮쳤을 때조차, 그들의 얼굴에는 설렘이나 들뜸 대신 평온과 고요가 깃들어 있었다. 세상의 모든 관심과 환호가 몰려드는 순간에도, 그들은 외려 소박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에고가 들썩일 법한 그 순간, 그들은 더 깊은 고독과 여백을 찾아갔다.화려함이 아니라 평온을, 환호가 아니라 일상을 택한 것이다.


이들의 모습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불가(佛家)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고통도, 영광도.그러니, 여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여여(如如) - 흔들림 없이 고요하고 변함없는 마음.


세상은 매일 소란스럽다. 누군가의 이혼, 누군가의 성공 누군가의 모략과 사건들이 반복되어 터져 나온다.그런 가운데, 한강 작가의 수상소감은 내게 마치 '명상'처럼 다가왔다. 조용하고 차분한 음성으로

그녀는 포니상 시상식에서 말했다.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입니다.'


그녀의 말은 세상의 소음을 잠재우고 고요한 물결을 내 마음에 퍼뜨렸다.


나 역시 그녀만큼이나 단조롭고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한때는 너무 특별할 것 없는 이 삶을 미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살아있음'자체가 축복이라는 것을.이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특별하지 않게, 고요하게. 그러면서도 약자에게는 다정하고 애정 어린 눈길을 건네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


그래. 모든 영광도 고난도 결국은 지나간다. 모든 허깨비가 사라지고 나면,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오직 내 고요한 태도일 지도 모른다.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빰을 물컹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 한강, <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속단하지 말고 들어라 - Prejudge에서 배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