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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불꽃 소예 Oct 18. 2024

소란함 뒤로 고요함이 들어선다

그래 모든 것은 지나가는구나.

소설가 한강작가, 영화감독 봉준호 감독

난 이 두 사람을 보면서 그들은 참으로 고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생애 가장 큰 영광의 물결이 그들을 덮쳤음에도 그들의 얼굴에는 평온고요가 깃들었다. '영광의 설렘과 두근거림'보다는 잔잔하고 평온한 느낌의 고요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두 사람 모두 수상직후 그들의 평온한 일상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던 거 같다. 어쩌면 그 영광과 승리에 취해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은 에고의 마음이 들썩일 법도 하지만, 그들은 외려 고독함을 찾고, 파티의 화려함보다는 일상의 소박함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의 모습에서 내가 공부하고 있는 불가의 가르침이 생각난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고통도 영광의 순간도 말이다. 그러니, 여여한 마음으로 살아가라.


*여여하다는 말은 흔들리지 않는다. 즉, 마음이 고요하고 변함이 없음을 지칭한다.


세상은 소란스럽다.

누군가의 이혼, 누군가의 성공, 누군가의 모략과 사건들로 매일같이 거의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소음처럼 흘러나온다. 그런 가운데, 한강 작가님의 수상소감은 내게 '명상'을 한 것과 같은 고요함과 안정감을 주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음성으로 포니상 시상식에서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녀가 참 좋았다. 세상의 소란한 소음들을 잠재우는 고요함으로 다가왔다.


나 역시 그녀만큼이나 단조롭고 재미없는 삶을 살아가지만 나 역시 이 소소한 일상을 사랑한다. 가끔은 너무 단조롭고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내 삶을 미워한 적도 있지만 이젠 이것 모두 그리고 '살아있음'이 축복이요 행운이란 것을 알기에 하루하루 감사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특별하지 않게 자신의 삶을 고요히 살아가시는 한강 작가님을 보며 나 또한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 그녀의 차분하고 겸손하며 배려있는 자세를 보며 나 또한 저렇게 나이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평온함. 하지만 약자를 향한 다정하고 애정 어린 눈길


그래 모든 영광도 고난도 지나간다. 어쩌면 그 모든 허깨비들이 사라지고 나면, 결국 그 자리에 남는 것은 평온한 내 태도일 지도 모른다.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빰을 물컹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소설 흰 by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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