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싶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혼돈, 카오스적 상황 그리고 후회

결혼 후 내가 쭈욱 겪은 심리적 변화이다. 결혼과 육아는 아마도 모든 인간에게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A라는 형태의 사람이 B라는 형태로 바뀌는 어쩌면 결혼과 출산은 변태의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특히나 여자는 결혼과 출산으로 몸도 바뀌니 말이다...

화면 캡처 2022-05-19 111212.png 방정아 작가의 '튼살'

최근 딩크족 후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직을 할지 아이를 가질지 하는 고민이 있다고 그 아이는 꿈이 많고 자기가 자기로 존재해야만 빛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한 큰 거부감이 있었다. 농담으로 자기는 아이를 가지면 아마도 맘충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에휴... 그놈의 '충'자에서 엄마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느꼈다. 무튼, 그래서 나의 30대, 결혼 후 (post-marriage)를 돌이켜 생각해봤다. 아 괴롭고 혼란스럽고 나 자신이 너무 싫었고 삶이 너무 지겹고 매일매일이 후회되는...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그 시절의 혼돈과 방황을 느끼지 않는다, 아마도 B라는 형태의 인간으로 탈피된 것인지.. 그런데 내가 지금 느끼는 심리적 안정이 그 시절의 혼돈과 방황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그 답은 내가 아직 이 삶을 다 살지 못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을 듯 하지만, 많은 철학자와 시인, 문학가들이 말하지 않던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 'You need chaos in your soul to give birth to a dancing star(니체)' 등등, 인생에 이런 방황과 혼돈은 또 다른 형태의 나가 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하더라.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 변화를 위해 결혼과 육아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 나름의 선택과 인생의 변화가 있기에... 여하튼, 결혼과 출산이라는 변태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멋지고 성숙한 인간이 될 것이다. 슬기롭게 대처해 나간다면 말이다.


이건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예전 회사에서 엘리트 프랑스 인턴과 한국사회에 대해 이야기 한 적 있다. 프랑스 유명 MBA를 거쳐 PWC에서 일했다던 콧대 높았던 그 아이는 한국 사회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했다. 한국이 고유하게 만든 게 뭐가 있냐고 전통이 있냐고? '너희 나라는 뿌리가 없어서 흔들리는 거야, 그래서 사회가 혼돈스러운 거라고'... 그 당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순실 게이트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시기였던 거 같다. 그때 뭐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지 못했고 그 아이와의 대화가 내 머릿속에서 한동안 맴돌았다. 격세지감이라 했던가? 국뽕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대한민국은 아마 그 콧대 높은 프랑스 아이가 판단했던 그 나라가 아닌 듯하다. 혼돈이 있다 하여 그 나라가 역사와 전통이 없는 근본 없는 나라는 아니다. 혼돈은 발전을 위한 하나의 몸부림이지 않았을까? 정말로 니체가 말한 Chaos to give birth to a dancing star!!!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거만한 시끼를 다시 만난다면 자신 있게 말해주겠다.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우린 한글도 있고 무엇보다 그 혼돈을 통해 문화적으로 성숙한 나라가 된 거 같다. 너희는 선조가 이룩한 거 이외에 뭐가 있니?


최근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읽고 있다. 고향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황야의 이리, 시민사회를 혐오하는... 표현이 왜 이리 시적인지 까약~~. 아직 다 읽지 못해서 결론까지는 모르겠다. 근데 아마도 내 인생에 이런 혼돈, 혼란의 시기가 또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아니면 지금인가? 또다시 황야의 이리처럼 마음이 방황하는 시기가 찾아왔을 때는 반드시 지금의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길 바란다. 그 방황과 혼돈은 나를 분명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리라, 그리고 그 방황과 혼돈은 절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고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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