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싶다.
혼돈, 카오스적 상황 그리고 후회
결혼 후 내가 쭈욱 겪은 심리적 변화이다. 결혼과 육아는 아마도 모든 인간에게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A라는 형태의 사람이 B라는 형태로 바뀌는 어쩌면 결혼과 출산은 변태의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특히나 여자는 결혼과 출산으로 몸도 바뀌니 말이다...
최근 딩크족 후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직을 할지 아이를 가질지 하는 고민이 있다고 그 아이는 꿈이 많고 자기가 자기로 존재해야만 빛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한 큰 거부감이 있었다. 농담으로 자기는 아이를 가지면 아마도 맘충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에휴... 그놈의 '충'자에서 엄마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느꼈다. 무튼, 그래서 나의 30대, 결혼 후 (post-marriage)를 돌이켜 생각해봤다. 아 괴롭고 혼란스럽고 나 자신이 너무 싫었고 삶이 너무 지겹고 매일매일이 후회되는... 지금의 나는 더 이상 그 시절의 혼돈과 방황을 느끼지 않는다, 아마도 B라는 형태의 인간으로 탈피된 것인지.. 그런데 내가 지금 느끼는 심리적 안정이 그 시절의 혼돈과 방황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그 답은 내가 아직 이 삶을 다 살지 못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을 듯 하지만, 많은 철학자와 시인, 문학가들이 말하지 않던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 'You need chaos in your soul to give birth to a dancing star(니체)' 등등, 인생에 이런 방황과 혼돈은 또 다른 형태의 나가 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하더라.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 변화를 위해 결혼과 육아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 나름의 선택과 인생의 변화가 있기에... 여하튼, 결혼과 출산이라는 변태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멋지고 성숙한 인간이 될 것이다. 슬기롭게 대처해 나간다면 말이다.
이건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예전 회사에서 엘리트 프랑스 인턴과 한국사회에 대해 이야기 한 적 있다. 프랑스 유명 MBA를 거쳐 PWC에서 일했다던 콧대 높았던 그 아이는 한국 사회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했다. 한국이 고유하게 만든 게 뭐가 있냐고 전통이 있냐고? '너희 나라는 뿌리가 없어서 흔들리는 거야, 그래서 사회가 혼돈스러운 거라고'... 그 당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순실 게이트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시기였던 거 같다. 그때 뭐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지 못했고 그 아이와의 대화가 내 머릿속에서 한동안 맴돌았다. 격세지감이라 했던가? 국뽕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대한민국은 아마 그 콧대 높은 프랑스 아이가 판단했던 그 나라가 아닌 듯하다. 혼돈이 있다 하여 그 나라가 역사와 전통이 없는 근본 없는 나라는 아니다. 혼돈은 발전을 위한 하나의 몸부림이지 않았을까? 정말로 니체가 말한 Chaos to give birth to a dancing star!!!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거만한 시끼를 다시 만난다면 자신 있게 말해주겠다. 네가 잘못 생각한 거야! 우린 한글도 있고 무엇보다 그 혼돈을 통해 문화적으로 성숙한 나라가 된 거 같다. 너희는 선조가 이룩한 거 이외에 뭐가 있니?
최근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읽고 있다. 고향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황야의 이리, 시민사회를 혐오하는... 표현이 왜 이리 시적인지 까약~~. 아직 다 읽지 못해서 결론까지는 모르겠다. 근데 아마도 내 인생에 이런 혼돈, 혼란의 시기가 또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아니면 지금인가? 또다시 황야의 이리처럼 마음이 방황하는 시기가 찾아왔을 때는 반드시 지금의 생각을 다시금 할 수 있길 바란다. 그 방황과 혼돈은 나를 분명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리라, 그리고 그 방황과 혼돈은 절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고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