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후회

사랑하는 엄마의 이야기

by 따뜻한 불꽃 소예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이 왜 이리 어색한지...

일요일 오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더위에도 불구하고 땡볕에 차 실내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때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는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왜 좋은 곳에 놀러 가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사위 건강 걱정, 손자 걱정을 늘어놓으셨다. 나는 덥고 바빴기에 건성으로 응 응 알았어하고 대충 말하기 바빴다. 엄마는 요새 들어 나에게 전화를 자주 하신다. 내가 알던 그 엄마가 아닌 거 같다. 그래서 걱정이 되고 그것 때문에 잠도 잘 오질 않는다.


나는 엄마와의 관계가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고 어쩌면 평생 엄마를 미워했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엄마는 생활력이 부족한 아빠를 대신해 가게를 하셨고 항상 바빴기에 우리를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몇 달에 한 번씩 보러 오곤 했다. 그리고 아빠를 제외한 모든 친가 식구들과 사이가 안 좋았기에, 난 항상 '너희 엄마'처럼 되면 안 된다는 말을 '착한 아이가 되어야지'라는 말보다 더 많이 듣고 자랐던 거 같다. 그리고 난 성인이 되었고, 엄마는 생이 주는 계속된 고통으로 나를 신경 쓰실 여유가 없었다. 엄마는 항상 빚 걱정, 돈걱정으로 힘겨워했었다. 그러하기에, 내가 결혼과 출산이라는 가장 힘든 과정을 겪을 때, 어쩌면 엄마가 가장 필요할 때, 단 한 번도 친정 찬스를 쓰지 못했고, 그래서 난 엄마를 원망했었다. 내 결혼 생활의 불행을 그리고 나에게 일어난 모든 불행의 원인을 내 어린 시절 양육환경 특히, 엄마 탓을 하며 살았었던 거 같다. 그런데... 이 일을 겪고 나서, 엄마가 보였다. 엄마처럼 가장이 되고 나니, 엄마의 어깨에 놓였던 그 무게를 알게 되었고, 엄마와 같은 며느리 입장이 되고 나니 엄마의 짜증과 그 답답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엄마는 내가 힘들어할 때, 어른이셨다. 그래 엄마는 어른이었다. 나에게 친구 같은 엄마는 아니지만, 내가 힘들 때마다 내 불평을 다 들어주어주고 토닥거려주는 그런 타입의 엄마는 아니었지만, 엄마는 어른이었고, 내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비난하고 욕을 할 때 나에게 조용히 바른 길로 안내하시고 타일렀다. 처음에는 엄마의 그런 모습에 화가 났었다. 엄마는 왜 그런 착한 사람 인적도 없으면서 왜 나한테 마냥 착한 며느리, 아내, 엄마가 되라는 거야~하고 악을 썼다. 그때 엄마가 말씀하셨다. 딸아, 너도 엄마이고 부모잖니, 부모는 항상 자식이 바른길로 가길 바라는 거잖아.


엄마는 어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잠시 말씀하시며 자신이 왜 그때 할머니, 아빠 그리고 우리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라고 후회하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앞으로 밥 먹기 싫을 때 엄마한테 오라고 하셨다. 엄마는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신다고 했다. 엄마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모든 인간은 실수를 하고 때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 실수들을 후회하고 반성하기에 그 시절의, 그 시점으로 어떤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되겠구나... 나의 엄마는 과거에는 100점짜리 며느리, 아내 그리고 엄마가 아녔을지도 모르지만(사실 그 판단조차 잘 모르겠다...), 지금은 나에게 200점짜리 어머니이시다. 당신의 과오를 돌아보고 자식을 더 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평생 당신을 오해하고 가시 돋친 말로 상처 줘서 너무 죄송스럽다. 엄마에게 꼭 당신은 나에게 지금 최고의 엄마이고, 멋진 사람입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엄마 제 곁에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평생 효도 한번 못해 봤는데, 더 늦기 전에 엄마에게 효도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 너무 사랑하는 나의 엄마.


어머니 노릇을 하는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모성애가 신화에 불과하기에 더더욱 위대하다. 본능을 따라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리며 어머니가 되는 것이기에"
문소영 에세이 - 광대하고 게으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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