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se
요즘은 온갖 폭로와 비방이 난무하는 시대다. 모두가 클릭 하나로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세상.
세상의 속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라졌고, 대화에서도 빠른 반응이 휙휙 오간다. 하지만 속도가 빨라질수록, 행간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오해하고, 감정이 상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Between stimulus and response, there is a space.
-빅터 프랭클
그 공간 안에 우리의 자유와 성장이 있다.
나느 성격 급한 경상도 사람이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자주 욱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만약 그 순간,
단 5초만 기다리고 반응했다면 내 삶은 훨씬 부드러웠을지도 모른다.
얼음!
노련한 외교관이나 정치인들은 중요한 협상자리에서 일부러 통역사를 둔다고 한다. 그 통역하는 시간 동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이 얼마나 멋진 '멈춤'인가.
요즘 나는 무언가를 입 밖에 낼 때마다 한 번 멈추려고 한다. 특히, 감정이 격할 때 일수록. 하지만 멈추기 위해서는 상대를 믿어야 한다. 상대가 나에게 준 자극이 악의가 아니라 어쩌면 내가 모르는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세상과 사람을 덜 믿었는지도 모른다. "손해 보면 안 된다"는 조급한 마음에
빠르게, 때로는 공격적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도 들었고,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다짐한다. 이제는 조금 손해 보아도 괜찮다. 나를, 그리고 남을 믿어보자. 빠르게 반응하지 말고,
3초만 기다려보자. 내 글과 말, 그리고 모든 반응 사이에 조그마한 여백을 만들어 보자. 그 작은 공간이
나를 더 자유롭고 평온하게 해줄 것이다.
#브런치에세이, #소예의생활철학, #빅터프랭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