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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새옹지마

인생의 보석은 한 줄에만 꿰어져 있지 않다.

by 따뜻한 불꽃 소예

"Not on one strand are all life's jewels strung. by William Morris"

인생의 보석은 단 하나의 줄에만 꿰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문장을 처음 들었을 때,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찡해졌다.

삶이란 결국 하나의 조건이나 한 가지 길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여정이라는 뜻이리라.


최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영범이 엄마를 보며 이 문장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식의 "완벽한 삶" 아니 어쩌면 타인에게 "완벽해 보이는 삶"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물질적 성공의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며,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인생으로 보였다.


하지만 말년의 그녀는 과연 행복해 보였을까? 멀리서 보면 '완벽'했지만, 가까이서 보면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에 반해 금명이 엄마, 애순이는 달랐다. 겉보기엔 초라했을지도 모른다. 서울 사람들 눈엔 그저 촌스러운 아줌마였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따뜻하고 단단한 삶이었다. 자기밖에 모르던 남편, 명문대에 진학한 딸, 그리고 끈끈한 사회적 관계들... 조건만 따진다면 뒤처질지 몰라도, 삶의 본질에 가까운 보석들을 그녀는 품고 있었다.



우리는 자주 남의 조건만을 보며 부러워한다. 그 대단한 성공과, 부, 젊음, 아름다움, 똑똑한 자식...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것들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건 한 시점에 반짝일 뿐, 인생 전체를 이끌어줄 수 있는 가치는 아니다. 그러니 한 가지 기준만을 따라가며 내 삶을 쉽게 평가하거나 포기해선 안된다.


어쩌면 나는 이미 누군가 부러워할 보석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이제 막 그것을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나

어떤 이는 빠르게 인생의 보석을 발견하고, 또 어떤 이는 나중에, 아니 어쩌면 끝에서야 그것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보석은 남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오직 자신만이 느끼고 빛낼 수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다고 단정짓지 말고,내 삶의 다른 가지 어딘가에서 튀어나올 보석을 기대하며 살아가야 한다.


삶은 단 하나의 실에 꿰인 진주목걸이가 아니다.

수많은 가지와 흐름 속에 흩어져 있는 보석들을 내가 알아보고, 발견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래 살아야겠다. 그 진짜 보석을, 나의 인생을 빛낼 그 조각을, 끝끝내 발견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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