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 탓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최근 나는 마이클 모부신의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통념 -노력하면 성공한다 혹은 다 운이야- 에 대해 과학적인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흥미로웠던 점은 우리가 늘 자기가 믿고 싶은 서사에 맞춰 인과관계를 구성한다는 사실이었다.
성과가 좋을 때는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실패했을 때는 운을 과대평가한다.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운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거나, 혹은 모든 것을 운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를 지워버리기도 한다.
삶이 결코 내 탓만은 아니다.
최근 뉴스에서 다시 언급되는 제프리 앱스타인을 보면서 나는 우리가 맹목적으로 열망해 온 '성공한 사람에 대한 신뢰 혹은 프리미엄'이 어떻게 한 인간을 괴물로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가 무너지기 전까지, 그는 분명 대단한 거물이었을 것이다.
막강한 네트워크와 자본, 그리고 그를 둘러싼 찬양의 서사 속에서 그의 왕국은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하지만 그의 성공은 과연 그의 능력만으로 가능했을까.
만약 지금처럼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였다면 그의 성공은 같은 방식으로 재현될 수 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몰락은 미투 운동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증언의 확산으로 비롯되었다.
나는 이 지점에서 성과주의에 대한 맹목적 환상이 제프리 앱스타인이나 닉슨 전 대통령과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다만 지금은 다행인지, 그 권력의 유효기간이 예전처럼 길지 않는 것 같다.
사람들은 완벽한 조건에 집착한다.
마치 그 모든 조건을 갖추기만 하면 그 성취가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실력만으로 가능했다고 쉽게 착각한다.
그러나 운의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물론 운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지만, 운을 무시한 채 실력만을 신격화하는 태도 역시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최근 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 기업의 행보를 보며 나는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탁월한 학벌, 뛰어난 지적 능력, 뛰어난 사업 수완.
그 모든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그 모든 성취가 오롯이 그의 능력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밤새 배송이 가능했던 유연한 고용 구조, 그 노동을 묵인하면서도 빠른 서비스를 원했던 소비자들,
안정적인 사회 안전망과 도로 인프라, 그리고 빠른 인터넷 환경이 없었다면 그 플랫폼은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
물론 그는 지금, 미국 정치라는 또 다른 힘을 활용해 전세를 뒤집으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전략이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행운의 여신이 계속 그의 편에 머무를지, 아니면 평균회귀의 법칙에 따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지는 자연히 드러날 것이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며 내가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성공도, 실패도, 삶의 많은 장면은 내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결과를 오롯이 내 책임으로만 돌리며 스스로를 몰아세우던 마음을 이제는 조금 내려놓으려 한다.
삶은 결코, 내 탓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삶이 전적으로 남의 탓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