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거북이처럼 오래 살아남아야겠다.
초등학생인 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순간순간 놀랄 때가 많다.
아이가 언제 이렇게 자랐나,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싶을 때가 있다.
얼마 전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가 갑자기 말했다.
'엄마 인생은 알 수 없는 거야!
천천히 움직이는 거북이는 엄청 오래 살고, 빨리 부지런히 움직이는 토끼는 말이야, 빨리 죽어.'
나는 너무 놀라서 물었다,
"그런 걸 어떻게 알았어?"
아이는 태연하게 유튜브에서 봤다고 대답했다.
그래,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너무나 예측 불가능하다.
열심히 산다고 아등바등거렸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병에 걸리기도 하고,
세계 경제의 흐름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가계 경제가 휩쓸리기도 한다.
History has failed us.
역사는 우리에게 결코 안전을 약속해 준 적이 없다.
이게 삶의 모순이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의 삶을, 그리고 내 삶을
단순히 선형적으로, 도덕적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열심히 했으니 잘되어야 하고, 게을렀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는
그 단순한 공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삶에는 너무 많다.
그래서 요즘 나는 예상과 다르게 펼쳐지는 장면 앞에서 예전처럼 크게 놀라거나 분개하지 않으려 한다.
'아 그렇구나, 그럴 수도 있지.'
삶이라는 모순을 조금은 받아들이는 것도 꽤 괜찮은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열 살이 된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말해줘야 할까.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그 말 대신,
"맞아, 인생은 모르는 일들이 많아.
그래서 엄마는 한 번에 크게 이기는 방법보다 오래 살아남는 방법을 찾으려고 해."
라고 말해주고 싶다.
열심히 공부해라, 열심히 살아라가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서
우리는 확률적으로 오래 살아남는 쪽을 택하자고 말이다.
조금 느려도 계속 갈 수 있는 선택을,
흔들릴지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는 선택을 해보려고 한다.
거북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