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시 시간은 흐를 것이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지만
내 마음속 고통은 고장 난 시간처럼 멈춰 있다.
너무 일찍 늙어버린 듯, 노인처럼 쇠한 그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내 심장은 다 타버린 숯처럼 부서진다.
그는 점점 야위어가는데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 무력함이 하루씩 나를 갉아먹는다.
앙상해진 그의 몸은 수분을 모두 잃은 나무 가지처럼
숨결에도 힘없이 흔들린다.
삶이 주는 고통과 신의 의도를 이해해 보려고 수천 번 되짚어 보았지만
이 시간이 왜 나에게 주어졌는지 끝내 알지 못했다.
삶이 원래 그렇다는 말은
아무것도 덜어주지 못한다.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이 겹겹이 쌓인다.
나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같이 커진다.
얼마나 더 삭혀야 이 감정이 묽어질까.
아니, 묽어지기는 하는 걸까.
내 시간은 이 계절에 갇힌 채 흐르지 않는다.
이렇게 나는 하루씩 소멸해 간다.
그리고 이 순환 속에서 기댈 곳은 아무 데도 없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 내 탓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내 시간은, 분명 다시 흐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