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의미 없는 바탕같은 삶
지금 이 시간이 내게 가르치는 것은 뭘까?
어쩌면 정말 지금의 삶은 아무 의미 없는 바탕의 구간일까?
그저 판단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그대로.
때때로 삶이 효율이 아닌 허무로 가득 차 버리는 구간이 등장한다.
성취의 구간이 지나가고, 막연히 기다려야만 하고,
목적 없이 참아야만 하고, 허무함을 매일매일 견뎌내야만 하는 구간이 있다.
우린 그때 어떻게 이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
나는 그냥 걸을 뿐이다.
숲 속을 걸었고, 해변을 걸었다.
인적이 드문 산책길에서 몸을 떨어 내 몸에 새로운 진동을 느껴보기도 했다.
멍하게 하늘을 보기도 하고, 아이와 쓸데없는 말들을 나누기도 하고,
이유 없이 하늘을 보며 눈물도 흘려보내기도 한 거 같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허무의 한가운데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기에,
지금의 시간이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을 거 같다.
다만 나는 지금을 있는 그대로 가만히 통과해보려고 할 따름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나를 탓하고 미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묵은 감정도 자꾸만 흘려보내고 있다.
그냥 하루하루를, 순간순간을 생각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여전히 새벽 3시가 되면 잠이 깬다.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남편은 어떻게 될까?
앙상해진 남편의 몸을 바라볼 때면 머리가 하얗게 뿌예지다가, 큰 파도와 같은 슬픔이 밀려오기도 했다가 또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가 그런다.
예전에는 이런 혼란스러움을 피해보려고, 이 감정에 압도되지 않으려고 혼자서 온갖 시나리오를 다 써보기도 했던 거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이대로,
삶이 드라마틱하게 나아지지 않을 수 있음을 그리고 그런 삶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살아 있는 한 삶은 이어질 것이고,
때론 목적 없이 떠돌아 보기도 하고,
흥얼거리며 하루하루를 살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어쩌면 나도 받아들이게 된 것 일지도 모르겠다.
이어령
지금까지 나는 의미만을 찾아다녔다
아무 의미 없는 의미의 바탕을 보지 못했다. 겨우겨우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의미 없는 날의 바탕을 보게 된다. 달과 별들이 사라지는 것과 문자와 그림들이 소멸하는 것을 이제야 본다. 의미의 거미줄에서 벗어난다.
우리의 실패도, 좌절도, 잊힌 꿈들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누군가의 봄을 밀어 올리는 보이지 않는 뿌리가 될지 모른다. 허무는 허무로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