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애도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은 공간이 철거되는 순간을 바라보았다.
살결이 훤히 드러난 듯한 뼈대만 남은 철골들이
기계와 포클레인에 의해 하나씩 뜯겨 나가고 있었다.
그 장면은 단순한 철근과 콘크리트의 해체가 아니라,
누군가가 진심으로 믿었던 찬란한 미래의 잔해처럼 느껴졌다.
쉴 새 없이 포클레인이 움직였고,
잘려 나온 철근들은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옮겨졌다.
라퓨타는 구름 위를 날았지만, 그 잔해는 땅 위 먼지와 함께 트럭에 떨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라져 가는 건물에도,
조금의 애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공간에는 저마다의 에너지가 있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이사를 들어가거나 나갈 때 조상들은 터줏신에게 막걸리 한 잔을 뿌리며
왔음을, 그리고 떠났음을 고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작은 애도의 의식들을
너무 쉽게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
성격 급한 경상도 사람인 나는 늘 모든 일에 서둘러 의미를 규정하려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이 장면 앞에서는 좀처럼 그러지 못했다.
자꾸만 머뭇거리게 되었고, 쉽게 어떤 결론도 붙일 수 없었다.
다만
사라져 가는 존재를 향한 이름 붙일 수 없는 슬픔이
한동안 그 자리에 맴돌았을 뿐이다.
나는 그 감정을
정리하려 들지 않고, 그저 나를 통과하게 두었다.
잘 가라, 천공의 성 라퓨타.
수고했다.
그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