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아간다는 의미

그는 왜 암에 걸렸을까?

by 따뜻한 불꽃 소예

사실 남편이 암에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러니깐 18년 전쯤에 암에 걸렸었다. 내가 그를 만나고 나서 두 달 뒤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아 물어봤더니 암에 걸렸고 수술을 했다고 했다. 휴우.. 그때는 너무 경황이 없었고 왠지 아픈 사람을 떠난다는 건 도리에 맞지 않은 거 같아 그의 투병생활을 지켜봐 왔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그 암이 재발했다고 한다.


불행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때때로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그에게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객관적으로 봐도, 그는 너무 착한 사람이었다.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님의 잦은 불화와 갈등 속에서 평생 중간자 역할로 시달려왔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공부하고 자격증도 따고 너무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다. 아버지를 평생 원망했지만, 아버지가 쓰러졌을 때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간호하던 착한 아들인데, 하늘은 왜 그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 걸까? 그의 사주 때문일까? 그리고 내 사주에 관이 없어서 이런 남편을 만나는 것일까? 수많은 이유를 생각해보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인간이 맞닥뜨리는 불행에는 사실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전생에 업이 많아서, 신의 저주 때문에 여러 가지 설을 갖다 대긴 하지만 그의 불행과 더 나아가 우리 가족이 겪고 있는 이 불행에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기막힌 우연일뿐이다. 그 우연이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긴 하지만...


굳이 이유를 찾자면 남편은 최근 몇 년간 현재를 살지 못했다. 늦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그에게는 초조함이 있었다. 가난한 집의 장남이었기에 그리고 늦게 사업을 시작했기에 남을 따라잡으려면 또는 더 나아가려면 악착같이 사업을 일으켜야 했다. 그런 초조함과 압박감은 지난 6년간 그를 한시도 쉬게 놔두지 않았다. 항상 일을 생각했었고, 쉬고 있는 순간에도 그 순간을 한 번도 즐기지 못했다고 내게 고백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암에 걸려 사업을 접고 나서, 나와 함께 공원에 산책하러 나가는 순간에 그는 처음으로 일상을, 현재 순간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아프고 나서야, 사십 넘게 살면서 이루어 온 것을 모두 날리고서야 현재를 느낄 수 있다니 참 너도 안되었구나... 암에 대해 공부하면서 깨달은 점은 남편처럼 너무 열심히 사는 그리고 너무 많은 책임감을 지는 사람들이 암에 취약하다고 한다. 너무 열심히 그리고 착하게 살아서 암에 걸리다니 참 억울하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우리 현재를 살자. 현재 속에서 우리만 생각하고 살아보자. 이 고난은 이런 교훈을 주고 있다. 항상 미래와 과거에 매몰되어 현재에 살지 못했던 그래서 한시도 편치 못하고 불만족했던 그와 나에게 이제는 현재를 살라고 이런 브레이크를 준 것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남편과 결혼 후 거의 처음으로 둘만의 데이트를 했다. 그리고 그는 이때 처음으로 내가 하는말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