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가 세기 때문이 아닙니다.

죽음의 수용소

by 따뜻한 불꽃 소예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에서 본 이 구절이 지금 이 순간 다가온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태도, 올바른 행동에서 찾아야 한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인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삶'이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왜 살아야 하나 라는 의문을 항상 가져왔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런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관계가 되었든, 일이 되었든 아니면 삶 전반에 걸친 무기력함과 무료함이 때때로 찾아온다. 나 역시 결혼 후 쭈욱 그런 무기력함과 사는 것에 대한 지겨움을 겪었다. 왜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해왔고 때때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매너리즘에서 오는 고통과는 다른 결의 시련이 주는 고통을 겪고 있다. 삶에 지겨움을 느낄 새도 없이 삶이 주는 고통에 버거워하고 있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시련의 순기능이라고 해야 하나? 더 이상 삶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게 되었고 대신 내가 이 시련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고 있다.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생각보다 삶에 대해 적극적이고 대담할 수 있다는 것, 생각보다 혼자가 아니고 나를 도와주려는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 시련, 이 삶의 무게는 내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나는 이 시련을 통해 나와 내 주변인을 재발견하게 되었고 또한 무엇인가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용기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련과 절망은 단지 극복하고 통과해야 할 하나의 관문이라고 한다. 물론 내 것이 내 주변인에 비해 너무 크고 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건 내 관점이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고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법정스님께서 절망은 거듭날 수 있는 계기이고, 자기 인생을 재구성하기 위한 진통이다 하지 않았던가...누군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한적 있다. '니 팔자가 세기 때문이다.' 하아...더러운 내 운명 때문에 내가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또 다른 나의 지인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무슨 소리야? 역경은 이겨내라고 있는 거야! 팔자 같은 거 없어!!! 나는 어쩌면 진부하게 들리지도 모르는 이 말에 용기를 얻었다. 그래 역경은 이겨내라고 있는 거다. 이걸 통과하고 나면 나는 분명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지금 나와 우리 가족은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은 독한 세포 항암치료를 받고 있고 난 어렵사리 예전에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끔씩 회사 나가기 싫고 새로 만난 동료가 짜증 날 때마다 난 우리 가족의 대표다, 가장이다. 이 시련이 나와 우리 가족에게 분명 의미가 있게 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난 노력하고 있다!라고 되뇌고 있다. 내 삶은 분명히 이전보다 더 구체적이다. 일상이 다시금 더 촘촘해지고,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활기를 띠어가고 있다. 심지어 어떤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까지 종종 한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끔씩 자기 전에 만약 더 큰 불행이 오면 어떡하지라며 불안해하며 잠을 설칠 때도 있고 눈물을 흘릴 때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고통에 짓눌려 굴복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시련과 불행이 나에게 아니 우리 가족에게 어떤 생채기 혹은 흉터를 남길 지도 모르지만 그 흉터로 내가 정말 죽지는 않을 거 같다. 오히려 어쩌면 내게 남겨진 이 흉터를 보며 언젠가 씩 웃으며 자부심을 가지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난 내 눈앞의 절망과 고통을 용감하게 견뎌냈기 때문이다. 말로만이 아니라 그 실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씩 웃으면 말하는 그날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내야겠다.


PS. 불행을 맞닥뜨리다 보면 각종 설들이 집안에 난무하기 시작한다. 사주, 얼굴도 본 적 없는 선대에 얽혀있는 어떤 한(?) 그리고 전생의 업...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진짜 그럴까? 그것은 단지 인간의 불안함을 이용하기 위한 설에 불과하다. 그런 불안감을 이용하려는 사짜들을 피하려면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 절대로 이건 누구의 잘못이 아니고, 그냥 생로병사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일 뿐이다. 단지 그 불행이 나의 경우엔 한꺼번에 닥쳤을 뿐. 불행은 모든 인간이 삶이라는 사바세계를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겪게 되는 일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나만, 혹시 내 팔자가 이런 생각은 절대 하지 말자. 불행이 한꺼번에 왔듯 행운도 한꺼번에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