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로 읽는 삼국지(三國志) | 프롤로그
역사를 통틀어 [삼국지] 만큼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작품은 많지 않습니다.
그 울림은 세대를 건너 이어지고,
우리는 종종 실제 역사마저
영웅담의 프레임으로 출발합니다.
[구조로 읽는 삼국지] 연재는
문학으로서의 [삼국지] 를 존중하되,
역사로서의 삼국지를
구조의 관점에서 다시 읽습니다.
인물의 감정선보다,
주어진 시스템과 제약 속에서 내려진
논리적 선택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들을 던집니다.
황건의 난은 왜 중원에서 시작되었을까?
반동탁제후연합군은 왜 실패했을까?
유비는 왜 서주를 지켜내지 못했을까?
원소는 왜 조조와 결전을 택했을까?
조조는 왜 관도대전 이후 7년이 지나서 형주로 향했을까?
제갈량은 왜 유비를 선택했을까?
조조는 왜 적벽을 선택했고, 적벽에서 패배했을까?
제갈량은 왜 익주원정에 동행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제갈량은 왜 북벌을 계속했을까?
본 연재는,
삼국지의 역사를 만들어낸 힘이
당시의 구조 속에서 역사적 인물들이 내린
최선의 선택들의 연속이었다는 전제 위에서,
그 선택들의 배경과 결과를
차근히 따라가 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삼국지를 읽는 또 하나의 구조적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구조로 읽는 삼국지]는 다음의 네 가지 핵심 개념을 논리의 기반으로 삼고자 합니다.
1. 하드웨어(Hardware)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물리적 환경입니다. 평야와 산맥, 강과 기후 등 중국 대륙의 지리적 요건들은 국가 시스템과 운영체제의 설계 및 운용에 대한 기반이자 제약을 제공합니다.
후한(後漢) 제국의 강역이었던 중국 대륙, 조조(曹操)와 원소(袁紹)가 패권을 다투었던 중원(中原),
적벽대전(赤壁大戰)의 무대가 된 장강(長江)과 촉한(蜀漢)의 기반이었던 익주(益州) 등이 해당됩니다.
2. 시스템(System)
주어진 하드웨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계된 국가의 정치 및 행정 체계입니다.
후한이라는 황제 중심의 제국, 그리고 강역을 관리하기 위해 구축한 '13주(州) 체제'는 중국 대륙이라는 하드웨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국이 설계한 정치 및 행정 시스템이었습니다.
후한의 시스템은 200여 년의 시간 동안 지속되었지만, 조비(曹丕)의 선양을 기점으로 위(魏)·촉(蜀)·오(吳)의 삼국 시스템으로 재편됩니다.
3.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설계된 시스템을 실제로 작동하는 실행 체계입니다. 황제와 조정, 낙양(洛陽)의 중앙정부와 각 주의 지방정부로 구성된 시스템은 정책 의사결정 및 관료체제, 경제 및 군사 등 정책을 집행하는 운영체제에 의해 작동됩니다.
허도(許都)의 새로운 조정에서 조조는 군사, 경제, 인사 개혁을 통해 운영체제를 혁신하고자 합니다.
반면, 원소는 귀족 중심의 중앙정치와 제후들의 지방권력을 기반으로 한 제국의 예전 운영체제를 고수하고자 합니다.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되 새로운 운영체제를 도입하려 한 조조와, 예전 운영체제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 원소는 관도(官渡)에서 격돌합니다.
조비에 의해 후한 제국의 시스템과 운영체제가 무너지자, 후한의 운영체제를 유지하고자 한 유비(劉備)는 촉한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4. 소프트웨어(Software)
운영체제를 가동시키는 주체인 '인물'과 그들의 '역량'입니다.
조조는 능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확보함으로써, 제국 시스템 재건을 위해 자신이 설계한 운영체제를 가동시킬 소프트웨어를 확보했습니다. 유비는 제갈량을 통해 관우, 장비, 조운 등 뛰어난 소프트웨어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구축하고, 촉한이라는 시스템까지 완성시킬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