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은 어떻게
양주를 설득했을까?

구조로 읽는 삼국지(三國志) | 제6장 적벽대전 (1-2)

by 이현민

제갈량은 어떻게 노숙을 설득했나?



208년 9월, 신야(新野)를 떠나 강하(江夏)로 이동중이던 유비(劉備) 진영에 양주(揚州)로부터 노숙(魯肅)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조조(曹操)가 형주(荊州)에 대한 정치적 통합에 성공했다고 여겨지던 시점에서, 노숙은 조조가 구축한 제국 운영체제 밖으로 밀려난 유비 진영을 통해, 양주세력의 존립을 보장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고자 했으며, 특히 향후 유비 진영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해 유비, 제갈량(諸葛亮)과 의논하고자 한 것입니다.


당시 유비 세력은 또 다시 기반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이미 중원이라는 하드웨어가 사라진 상황에서 형주를 확보할 가능성마저 희박해지면서, 유비 세력은 존재 자체의 위기를 맞이한 상태였습니다. 다만 형주에 대한 조조의 물리적인 통합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양주는 물론 익주(益州) 또한 여전히 준독립 상태의 지방정권이었던 지금이야말로, 유비가 다시 한 번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제갈량은 유비의 향후 행보를 묻는 노숙에게, 유비와 유기, 그리고 손권(孫權)이 같이 협력한다면, 장강 이남에서 조조의 체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유비의 대응의지에 대한 노숙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는, 마침내 노숙이 제갈량에게 손권을 설득해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제갈량은 어떻게 손권을 설득했나?



노숙의 요청에 따라 제갈량은 당시 손권이 머물고 있던 양주의 시상(柴桑)에서 손권을 마주했습니다. 제갈량이 손권에게 조조에 대한 항전을 권유하자, 손권은 이미 기반이 붕괴된 유비는 조조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제갈량은 한(漢) 황실의 종친인 유비의 정치적 명성과 그에 대한 백성들의 기대가 그를 여기서 포기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강하군(江夏郡) 유기(劉琦)의 세력과 같이 형주를 되찾기 위한 결전을 벌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조조가 중원을 거점으로 강력한 세력을 구축한 상태이지만, 양주의 지리와 장강(長江), 수군(水軍)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맞설 수 있음을 강조한 제갈량은, 이 기회를 통해 손권 또한 조조가 구축한 체제를 벗어나 자신의 위상에 걸맞는 정치적 위치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제갈량이 같은 계획이지만 누구와 이야기하는지에 따라 그 톤을 바꾸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노숙과 손권에게 한 이야기는 결론적으로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유비는 형주를 되찾을 것이고, 이를 위해 조조와 결전을 벌일 것이다. 그러나, 군사동맹의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한 노숙을 향해서는 결전의 의지와 전략 방향을 설명하며 동맹의 신뢰를 구축했던 것과는 달리, 양주의 수장이라고는 하지만 공인되지 않은 정치적 위치에 있던 손권을 향해서는 그의 정치적 성장을 제한하고 있던 조조의 운영체제를 지목함으로써, 당시 손권이 찾고자 했던 정치적 성장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 입니다.


결국 손권은,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운영체제의 주체인 조조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주유(周瑜)를 총 지휘관으로 임명하여, 유비 세력과 함께 결전을 준비할 것을 명령합니다. 제갈량은 손권의 정치적 야망을 한 단계 끌어올림으로써, 그가 조조와의 일전을 결심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붕괴 직전이던 유비 세력이 융중대를 실현하기 위한 마지막 남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제갈량은 어떻게 주유를 설득했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따르면, 손권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제갈량은 곧 손권군의 총지휘관인 주유를 만나게 됩니다. 양주의 지방호족 출신인 주유는 손권이 양주에서 세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손씨 가문의 가신(家臣)이었으며, 뛰어난 군 지휘관으로 인정받는 인물이었습니다. 비록 조조에 대항할 것을 주장한 주유였지만, 그 또한 손권처럼 세력 기반이 붕괴된 유비와의 군사동맹에는 회의적이었습니다.


주유는, 조조와의 결전에는 결국 손권군이 주력이 될 것임이 분명한데, 굳이 유비와 군사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을지, 혹시 승리할 경우 지분을 나눠야할 이유가 있는지 등에 대해 제갈량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제갈량은 주유에게 유비와의 동맹이 필요한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결전에 대한 의지를 통해 노숙을 설득하고, 정치적 성장 가능성을 통해 손권을 설득했던 제갈량은, 손권군의 총지휘관인 주유에게는 조조의 대군을 상대하기 위한 계책을 설명했습니다. 당시 형주 북부지역을 확보한 조조는, 자신이 보낸 서신에 대한 손권의 회신이 없자 이를 자신이 추진하는 정치적 통합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였으며, 형주에 대한 통합이 진행될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손권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할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조조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던 주유에게 제갈량은 주유에게 꼭 필요했던 조조군에 대한 분석을 제공했습니다.


먼저 제갈량은 현재 조조군이 이동거리, 기후, 보급 문제 등으로 그 규모에 비해 전투력이 약해진 상태임을 언급했습니다. 둘째, 장강을 끼고 있는 형주의 특성상 주요 거점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수군(水軍)이 필수적인데, 현재 조조가 통제하는 수군은 그 규모와 전력이 양주의 수군에 비교할 수준이 아니며, 셋째, 조조군의 육상 병력 또한 형주 지리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조조가 기병 등 주요 전략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제갈량은 조조군이 마주한 구조적 제한요인들을 고려했을 때, 유비 세력의 규모는 작지만 손권과의 연합을 통해 수륙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인다면 결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주유까지 설득하는 데 성공한 제갈량은, 적벽대전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의 설계를 시작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