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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Oct 17. 2018

골목식당을 통해 본 아마추어 디자이너의 문제

프로 디자이너 되기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방송시간 내에 실시간 검색어까지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꽤 화제성이 있는 방송이기는 하다. 나는 방송 초반에 조금 보다가 잘 보지 않았다. 이유는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는 출연진의 태도에서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꼈다. 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 답답함을 느끼게 만드는 출연진의 대응과 프로 마인드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무턱대로 개업을 해서 고통받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


타인의 시선에서 그들을 바라보면, 문제점이 참 잘 보인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생활 속에서는 문제점을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다. 골목식당에서 보이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리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더없이 불편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럼, 디자인을 하고 있는 우리,

우리에게도 골목식당의 출연자와 같은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설루션을 받기 위해 출연을 했지만, 전문가의 조언을 듣지 않는다.


실제 이런 출연자가 등장하면 백종원의 인내심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백종원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함께 많은 것들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왜 저렇게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가에 의문이 생긴다. 


백종원이라는 사람의 능력은 인정하면서도 그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출연자는 매우 특이한 사람일까? 그래서 그들이 악플에 시달리고,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 것일까? 하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기는 하지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디자인 전문회사는 디자인 전문 인력이 많지 않은 회사를 위해 좋은 디자인과 방향성을 제안하는 일을 한다. 실제 많은 비용을 들여서 디자인을 제공받지만, 그것을 100% 잘 받아들여서 사용하거나 디자인을 적용하는 회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 실제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제공해도 그것을 잘 받아들이는 클라이언트나 상사가 많지 않은 것을 보면 허탈함이 느껴질 때가 많이 있었다. 이럴 때는 디자이너나 디자인 전문회사에 대한 신뢰가 낮아서 그렇구나 하면서 자책이 되기도 하는데, 잘 받아들이지 않을 거면 굳이 왜 많은 비용을 들여서 디자인을 의뢰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다.


물론 나와 함께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서도 이런 상황은 자주 볼 수 있다. 디자인의 방향성이나 개선이 꼭 필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것을 모두 수용하고 변화를 만드는 학생은 실제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앞으로 더 나아지고 싶고 더 좋은 디자인을 하려고 수업에 참여를 하지만 실제 이야기만 가만히 듣는다고 해서 저절로 자신의 실력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 공부를 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노력을 해야 하고, 어떤 공부를 해서 부족한 부분을 더 쌓아야 하는지는 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시간 외에 개인적으로 공부를 통해서 자신의 실력을 쌓는 노력을 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행동으로 잘 옮기는 사람인지, 아니면 조언만 듣고 그냥 내 갈길을 가는 사람인지, 나도 역시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똥 입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없듯이, 똥 눈으로 좋은 디자인은 할 수 없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보면, 왜 이런 요리 실력으로 식당을 할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의 가게가 우리 주변에는 참 많다. 골목식당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식당을 하려고 선택한 사람들이 정말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것보다는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당을 하려면 당연히 요리를 뛰어나게 잘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그러기에 야생과 같은 자영업 시장에 프로의식이 하나도 없이 뛰어들게 되어 그나마 가지고 있는 재산마저도 까먹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요리를 하는 사람은 음식의 맛, 향, 식재료의 상태에 모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방송을 보면 식재료가 상했지만, 그것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출연진이 많이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요리를 하는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음식 맛에 민감하게 반응을 해야 한다. 

물론 본능적으로 미각이나 후각이 뛰어난 경우도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는 많은 음식을 접하고, 공부를 해서 음식에 대해서 만큼은 오감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최적화를 시켜놔야 한다.


아마 방송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준비가 안된 사람이 개업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디자인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하고, 디자인 업계에 뛰어들려고 하는 것일까?


디자인도 마찬가지이다. 디자인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똥 눈으로 좋은 디자인은 완성하기가 어렵다.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의 절반 정도는 좋은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 절반에서 10% 정도는 스스로 디자인을 잘 완성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사실 손이 안 따라와서 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적어도 좋은 디자인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에 트레이닝만 잘 되면 발전될 가능성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좋은 디자인을 바라볼 수 있는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학생들이다. 디자인에 대한 공부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디자인 업계로 뛰어들 생각부터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디자인 공부는 손으로 작업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어떤 디자인이 우리 주변에서 주목을 받는지부터 시작해서 디자인 이론까지 공부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작업 결과물만 완성한다고 해서 디자인을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중에 누군가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현업으로 뛰어들려고 하고 있지는 않는가? 마찬가지이다. 디자인에 대한 철학과 자신의 기준도 없이 직업으로 이 분야로 진입을 하려고 한다. 프로의식이 1%도 없는 사람을 제대로 된 직장에서 채용을 하려고 할까?


만약 지금 내가 똥 눈이라면 눈부터 기르자. 디자인에서 사용되는 미묘한 서체의 아름다움, 레이아웃의 특징, 브랜드를 표현하기 위한 단순하 그래픽 요소들의 차이까지... 오감을 모두 열어서 반응을 해야지 나도 역시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로 발전할 수 있다.




음식을 토할 정도로 먹고, 연습해 봤는가?


방송 편집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백종원의 솔루션 후에 수많은 요리 테스트를 했다고 자부하는 출연진에게 충고를 하는 것을 들으며 많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출연진은 판매할 메뉴를 10번 정도 만들고,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고 아주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자신은 10번이나 만들어 봤으니,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때, 음식을 토할 정도로 먹고, 연습을 해본 것이냐고 질문을 한다. 100번도 넘게 수정하고 고치고 개선해서 신메뉴가 개발되는 것을 10번의 시도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안일함에 답답함을 느낀다.


우리는 너무 쉽게 최선을 다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내가 만난 학생들 중에도 내게 최선을 다 했다고 하지만, 작업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한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의 기준은 뭘까? 정말 끝~~~~ 까지 모든 것을 걸고 해야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너무 관대하다 보니, 어느 정도 선에서 늘 습관처럼 멈추는 사람들이 참 많다.


다른 사람의 좋은 작품은 쉽게 나온 것이 아니다. 수 십 번, 혹은 수 백번의 아이디어 검토와 시안 수정, 완성도를 올리기 위한 재 작업까지 오랫동안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만든 것이다. 그런 결과물이 왜 나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면 정말 토할 정도로 그 작업에 몰입을 해 봤는지 다시 묻고 싶다.


디자인은 무거운 엉덩이로 끊임없이 많은 작업을 통해서 개선하고 개선해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단편적으로 생각한 것을 가지고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란 어렵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직은 아마추어이지만, 디자인을 업으로 삼을 생각이라면 프로가 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마추어의 마인드로는 이 어려운 디자인 업계에서는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은 매우 특수한 상황의 이상한 인물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만나는 우리 주변의 사람, 혹은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 무조건 그들이 보지 못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비난을 하기보다는 나는 내가 처한 현실 속에서 저런 비슷한 실수를 범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을 다수 만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프로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프로그램 몇 개 배워서 디자이너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되려고 한다면 디자인을 잘 할 생각부터 해야 하는데, 그저 작업 몇 개 만들어보고 좋은 조건의 회사부터 들어가려고 하니,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식당에서 요리에 대한 연구도 없이, 일단 오픈부터 하면 손님이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과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아주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식당을 가게 되었을 때, 이 식당의 주인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리고 식사 한 끼 맛있게 먹고 나왔을 때, 하루 기분까지 좋아지는 것을 누구나 느낄 것이다.


나에게 디자인을 의뢰한 사람들이 내가 제안한 디자인을 보며 매우 기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해야 한다. 누군가가 내게 디자인을 의뢰했는데, 생각보다 별로라는 평가를 한다면 디자이너로써 입지는 매우 낮아질 것이다. 디자이너가 되려고 한다면 빨리 취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가 되기 위한 준비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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