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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Oct 17. 2018

화장품 디자인, 그냥 깔끔하고 심플하게 디자인할래요.

그냥 심플한 디자인은 그냥 나올 수 없다.

패키지 디자인을 공부하러 나를 찾아온 학생이 있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컴퓨터 앞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화면에 떠 있는 이미지 하나를 나에게 보여줬다.


"선생님, 이렇게 깔끔하고 심플하게 그냥 먼저 화장품 디자인 하나 만들어 보려고요."


수업 전에 나름 화장품 디자인을 살펴보고 온 학생의 생각에 화장품은 그냥 깔끔하게 디자인하면 되니, 본인도 이렇게 만들면 되겠다고 계산을 하고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실제 양산되어 우리 가까이에 있는 화장품 브랜드들은 대부분이 많은 요소가 없는 상태에서 브랜드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화장품 디자인이 쉽게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 그냥 서체 하나 정해서 라벨에 정리해서 넣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라 생각하고 디자인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실제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겠다고 나를 찾아온 사람들도 내게 이야기하는 것들은 "그냥 깔끔하고 심플하게 간단히"작업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간단하니, 그만큼 빨리 완성이 될 것이고, 그러니 비용을 적게 지급해도 된다는 논리도 함께 있었다.


그림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있는 서체 하나 넣어서 만들면 되니 간단하게 하나 완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유는 디자인은 무엇인가를 채워 넣는 과정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으로 디자인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려서 넣는 것도 아니고, 적은 요소를 담는 것이니 그만큼 비용 지급이 덜 이루어져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채워 넣는 과정으로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요소를 정제하고 덜어내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아주 작은 요소로 브랜드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수많은 공정을 통해 덜어내는 과정으로 비로소 미니멀 디자인이 탄생하는 것이다. 미니멀은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비워진 공간 안에 방점을 찍어내는 작업이기에 빈틈 하나 없이 완벽의 완벽을 기해야지 완성할 수 있다.




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라는 말이 있다. 이 문장은 스티브 잡스가 자주 사용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격언이다. 애플의 제품에 대해서 모두가 잘 알겠지만, 간단하게 완성된 디자인이 아니다. 표현은 모두 절제가 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고민과 다양한 관계성들을 고려해서 절제된 디자인으로 완성된 것이다. 심플한 디자인을 간단히 완성할 수 있달라는 계산은 잘못된 것이다.


덜 디자인된 것과 미니멀한 디자인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래픽 요소가 없이 타이포그라피만으로 브랜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서체를 배치하는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하며 서체의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 대한 공부가 잘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 작은 요소만으로도 브랜드를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다. 작은 요소를 하나도 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미니멀 디자인은 너무 어렵다.


그래서 학생작품에서 미니멀하게 완성된 작품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컨셉을 정리하고, 표현을 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요소들을 덜어내어 완벽하게 체계를 정리시킨 비워냄을 보여줘야 하는데, 공부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을 보는 눈도 기르기가 힘들다.


미니멀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시각요소에 대한 공부가 잘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없이는 이 표현 자체를 해 낼 수 없는 아주 난이도가 높은 디자인 방법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래서 미니멀한 디자인은 디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갖추지 못한 디자이너가 접근하기에 무리가 있다.





심플한 디자인, 잘못 접근했다가는 나의 단점만 오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시각요소에 대한 학습이 잘 되어 있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타이포그라피만으로 운영되는 화장품 디자인은 권하지 않는다. 아니, 화장품 패키지 디자인의 접근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본기가 많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쥐약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유도를 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심플한 디자인은 작업을 덜 해서 끝내는 것이 아니다. 그리드를 이용해서 다양한 레이아웃을 정리하고, 서체를 선별하며 자간과 행간 그리고 서체 간의 발란스를 맞추는 아주 정교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안을 딱 하나만 만들어서 작업을 완성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맞지 않는 작업이다. 아주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 보고, 디테일하게 요소를 하나씩 정리해야 하며 덜어 내어야 할 부분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까지도 냉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이다.


짧은 수업 기간 동안 많은 작품 수를 채우기 위해 깔끔하게 디자인했다고 말하면서 결과물을 보여주는 학생들의 대다수는 논리적 사고나 디자이너의 디테일한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미완성된 작업물을 가지고 있었다. 시각요소에 대해서 면밀하게 바라보는 시각조차 없으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위해 작품 수를 늘리고 싶은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작업물이 포트폴리오 내에 채워지게 되면 기본기가 없다는 것을 지원하는 회사에 오픈하는 꼴만 되니, 기본기가 많이 없는 사람에게는 추천하는 디자인 방법이 아니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면 나도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학교에서 하는 디자인과 실제 판매되는 브랜드와의 간극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왜 이런 디자인을 하지 않는지, 의문을 늘 가지고 있었다. 학생 시절의 나도 역시, 심플하게 작업을 한다고 결과물을 가져갔지만 당시, 나의 배경지식과 논리력으로는 디자인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이 없었기에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


미니멀은 여백이라는 공간에 촘촘히 짜여 있는 논리력으로 아주 작은 요소 하나만으로 강력한 브랜드의 힘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기에 섣부르게 선택해서는 나의 부족함을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


하지만, 지금 이런 디자인이 어렵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작업을 경험하면서 시각요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요소들을 덜어내는 작업이 익숙해지는 순간이 온다. 또한 많은 경험과 작업, 그리고 학습을 통해 작은 요소를 면밀히 바라볼 수 있는 눈이 길러지면 자연스럽게 손도 따라올 수 있으니, 너무 처음부터 시장의 디자인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아직 초보 디자이너라면 초보 디자이너의 아이디어 발상 방법과 작업 방식으로 한 스텝씩 밟아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시장에 나오는 멋진 제품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으니, 표면적인 부분을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방식의 디자인은 피하고, 차근차근 기본기를 기르는 연습을 할 것을 권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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