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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Oct 19. 2018

브랜드 디자인과 색채디자인

당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색채는 없다

디자인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중에 하나가 색채에 대한 것이다. 색채를 선택하고 배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지적을 받게 된다.


"뭔가... 이런 느낌의 색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지적을 받고 나면 내가 뭘 잘못했지? 하는 생각에 디자이너 입장에서 많이 답답하다.

내가 왜 이 색채로 디자인을 했는지 설명하고 싶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할 용기조차 없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색채를 공부하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박사과정 세부 전공을 시각디자인이 아닌 색채전공을 선택했다. 세부 전공으로 색채를 공부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내게 "색채"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다. 아마도 더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언급하는 내용은 색채를 잘 사용하고 싶으면 대학에 가서 전공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색채를 디자인에 잘 활용하기 위해서 박사과정을 들어간 것은 적절한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기로 하겠다. 


디자인에 사용되는 배색이나 색채 선택에 대한 것을 배우고자 학교에서 전공을 한다면 아주 많이 실망할 것이다. 학교에서는 색채에 대한 이론과 연구를 통해서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이지, 디자인을 하고 배색을 하는 것들은 진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석 박사과정에서는 수업시간에는 주제를 제공할 뿐, 연구자 스스로 공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색채디자인을 위해 석사과정을 입학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색채만을 학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있고 이론적인 강의만을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색채학 수업에서 색종이 붙이기를 하거나 포스터컬러로 예쁘게 네모칸을 채우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 것은 무수히 많은 형태의 특징을 고려해서 배색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리 도움이 되는 학습법은 아니다. 색채는 형태 위에 담겨 표현이 되어야 하는데, 형태에는 크기, 위치, 여백, 사진의 활용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성격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연습을 하는 것은 실제 디자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컬러리스트 자격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컬러리스트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학습하는 이론과 실기는 실제 디자이너가 디자인하는데 활용이 되지 않으며 배경지식으로도 활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만약 색채를 잘 쓰고 싶어서 컬러리스트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면 다른 학습법으로 공부를 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





색채는 단순하게 이미지만을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색채를 절대적인 보편성을 가진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 빨간색을 사용하고 젊음을 표현하기 위해 파란색으로 디자인을 한다. 하지만 오직 빨간색을 우리는 열정이라는 단어를 상징하는 기호로 사용하고 있을까?사실은 그렇지 않다. 색채는 중의적 표현 혹은 어떤 색과 매칭 되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색채는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고 그 시대의 문화에 따라서 상징성이 유기적으로 변화한다. 그래서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젊음은 파란색, 유기농은 초록색의 상징적 의미를 경직되게 사용하는 것은 디자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성 화장품 디자인은 40대 남자들이 좋아하는 검은색을 사용하려고 해요.


수업시간에 학생이 내게 한 말이다. 40대 남자들이 좋아하는 검은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하겠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한다. 이런 말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자주 접하기에 그리 놀랍지는 않다.


"그래? 그럼 40대 남자가 좋아하는 색인지, 어떻게 알았니? 리서치 자료가 있다면 데이터를 좀 볼 수 있을까?"

"아... 그런 자료는 없고, 나이 든 남자들은 원래 검은색을 좋아하지 않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나이 든 남자들은 검은색 옷을 자주 입고, 검은색 물건을 자주 사잖아요."


이런 대화를 주고받다가 정말 이 브랜드의 베스트 컬러가 과연 검은색이 될 수 있을까? 에 대해서 더 생각할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정말 베스트 컬러가 검은색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브랜드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차별화 포인트를 위해 배색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기로 했다.


학생과 나의 대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정말 40대 남자의 대다수는 검은색을 선호할까?

사실, 성인에 대한 색채 선호도를 조사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선호도 조사는 단순히 색채에 대한 친밀도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유행하는 색채의 유형을 보여줄 뿐이기 때문이다. 선호도를 조사하는 시기에 블랙의 쉬크함과 중후함, 고급스러움, 성공한 남자를 상징하는 의미를 지속적으로 본 40대 남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색이 검은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미디어에 어떻게 노출되느냐에 따라 리서치는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색채 선호도 조사는 의미가 없다.

이런 이유로 선호도 조사를 기반으로 브랜드의 색채 전략을 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40대 남자가 검은색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정말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실용성 때문인지, 혹은 색채를 선택하기 귀찮아서인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제품군과는 별개로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제품군에 따른 필요성에 의해 색을 고르는 것이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살 때는 관리가 편한 은색 제품을 선호하지만, 쉽게 구매를 할 수 있는 저관여 제품의 경우, 조금 더 화려한 색의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0대 남자가 좋아하기 때문에 브랜드 컬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특징을 정립하고 브랜드 개성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어떤 색채가 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20대 여자들이 좋아하는 색이 핑크색이니 핑크색으로 패키지 디자인을 하겠다는 이야기도 꽤 있었고 50대 여자가 좋아하는 고급스러운 자주색을 사용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러분은 디자인할 때 어떻게 색채를 선택하는가?




브랜드에서 색채 선택은 선호도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소구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색채 사용은 제품에 사용되는 원재료의 표현에 집중되어 있다. 소비자가 원재료의 사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제품의 정보제공을 중심으로 표현된 디자인에서 브랜드의 개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디자이너는 제품의 정보를 잘 전달함과 동시에 브랜드의 개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단순히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제품의 정보전달만을 하는 것에 만족한다면 디자이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에서 사용된 색채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기호화되며 이것은 문화현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는 성공적인 브랜드에서 사용된 색채를 답습하려고만 한다.

브랜드에서 사용되는 색채를 소비자가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성공적인 브랜드 디자인에서 사용한 색채는 문화가 되고, 이렇게 사용된 색채의 상징적 의미는 유기적으로 하나의 색채 코드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시간 동안 우리는 코카콜라의 빨간색과 흰색의 배색을 통해 브랜드를 연상했다. 그리고 그 맛까지도 상상할 수가 있었다. 시원한 음료를 빨간색으로 표현하다니, 매우 새로운 생각이지만, 지금은 새삼스럽게 이에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빨간색과 흰색의 배색을 통해 시원한 탄산음료를 상상하게 되고 이것은 하나의 문화가 되어 색채 코드로써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색채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상징적 의미 역시 사회 역사적 배경에 의해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색채의 의미를 단편적으로 상징적 작용에만 기대어 브랜드를 상징화시킨다고 한다면 동종업계의 다수 브랜드는 모두 동일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게 된다. 물론 실제 이런 현상을 우리는 자주 접하고 있다.

마트에서 동종 제품이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곳을 가면 제품군마다 원재료의 특징을 보여주는 주조색의 사용이 눈에 띈다. 유사한 제품의 색채에서 브랜드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디자이너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우유를 디자인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흰색과 파란색, 혹은 초록색을 사용하기로 못을 박고 디자인을 하기보다는 브랜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조금은 다른 배색을 통해 브랜드의 특징을 보여준다면 소비자의 기억에 조금은 더 남을 수 있는 색채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색채의 선택은 어쩌면 너무 뻔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브랜드의 단편적인 정보제공으로만 표현을 하려고 한다면 늘 우리가 생각하는 당연한 것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당연하게 사용될 수 있는 색채는 없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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