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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Oct 22. 2018

디자이너의 초봉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디자인을 계속한다.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가 "내가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얼마를 받는 것이 좋을지, 질문을 하는 학생들도 많은 편이고 연봉과 관련된 글이 조회수가 높은 것을 보면 연봉을 얼마를 받아야 할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직장인에게 연봉이라는 것은 자존감도 높여주고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으니, 자신이 연봉을 얼마를 받는가에 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잘 알겠지만, 업계의 초봉은 생각보다 많이 낮은 편이다. 특히 업무량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낮은 연봉은 많은 꿈을 안고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업계를 떠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디자인 업계에 낮게 책정되어 있는 연봉,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대기업으로 취업을 원하는 학생이 많고 적어도 인하우스 디자인팀에 들어가야지 낮은 연봉과 고된 노동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실이다. 


그럼, 왜 디자이너의 초봉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낮게 책정된 디자인 단가의 문제가 크다.


디자이너가 취업을 할 수 있는 곳을 나눠서 본다면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그리고 디자인 회사이다.

디자인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이 디자인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많다. 그래서 디자인 회사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먼저 하겠다.


디자이너의 연봉이 잘 오르지 않는 이유 중에 큰 원인은 낮게 책정되는 디자인 단가에서 볼 수 있다. 과거 15년 전, 10년 전과 비교를 했을 때, 동일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받는 디자인 비용은 낮아졌거나 그대로이다. 지난 10년간 물가가 오른 것에 비해 디자인 비용은 그대로이니, 디자인 환경이 열악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럼, 디자인 단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디자인 단가가 오르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과거에 비해 너무 많은 디자이너가 사회에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당연히 디자인 회사의 수도 늘어나고 디자인 회사가 많으니 단가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합리한 요구에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 보니 그 일을 수행해야 하는 디자이너는 고된 노동에 계속 시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학생 수가 많아지니 다수의 대학이 시각디자인과를 개설했고, 그곳에서 교육받은 수많은 학생들이 사회로 나오게 된 것이다. 디자이너의 수가 늘어난 것에 비해, 산업은 그만큼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디자인 업계로의 접근이 매우 쉬워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그래픽 툴에 대한 접근이 쉽지가 않았다. 지금처럼 오픈소스도 없고, 프로그램을 다루는 스킬을 습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그래픽 툴에 대해서 쉽게 접근을 할 수 있고, 독학으로 누구나 쉽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진입이 쉬워진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디자이너의 스페셜리티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다. 디자이너의 일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다루는 것으로 생각하다 보니, 굳이 많은 비용을 지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디자인 단가가 오르지 않으니 디자인 회사에서는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데 많은 월급을 주기가 어렵다. 또한 디자인 비용을 많이 지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상,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디자이너를 고용해도 적당한 선에서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디자인 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는 회사일수록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연봉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신입 디자이너는 프로젝트를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다?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도제식 방식을 탈피해서 디자이너 개인의 프로젝트 진행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의 경우, 위의 디자이너가 아래 디자이너를 교육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는데, 특히 신입 디자이너의 경우 교육을 함께 받는다는 개념으로 급여가 낮게 책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주 예전의 이야기지만 내가 처음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를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나도 역시 도제식 교육으로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러다 보니 아주 낮은 급여를 받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물론 회사에서 배우는 것들은 정말 많았다. 시간을 내어 내 개인 프로젝트를 봐주기도 했고, 주말에는 내가 못하는 부분들을 과제로까지 내어주면서 내가 디자인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켜줬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교육을 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교육을 모두 받은 디자이너는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을 해버리기 때문이다.


지금의 회사들은 도제식 교육을 진행하지 않지만 디자인 업계에서 신입 디자이너의 연봉에 박한 것은 여전하다. 신입 디자이너가 회사에 들어와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회사에서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에서 메인 디자이너의 서포트를 하는 방식의 업무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담당하고 그것을 양산까지 잘 수행해내는 일을 담당한다면 연봉을 더 받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디자인 수준이 높은 회사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 전문회사의 경우는 신입 디자이너에게 큰 프로젝트 전체를 하도록 맡기는 일이 없다. 그러다 보니 서포트하는 일이나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바레이션 작업을 진행하는 일이 다수이다 보니, 신입 디자이너에게 많은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다.


다수의 신입 혹은 주니어급 디자이너는 혼자서 프로젝트를 수행해내기가 어렵다. 사무직 업무의 경우는 경력에 따라서 업무처리 능력의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지만 디자인 업무의 특성상, 커리어나 개인 역량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주니어급까지는 연봉 인상이 많이 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디자이너의 연봉이 낮지는 않다.


디자이너의 연봉은 디자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회사일 수록 높게 책정되어 있다. 회사에서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디자이너의 업무에 대해서 중요하게 평가한다면 많은 연봉을 주고 디자이너를 영입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수준 높은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디자이너로 구성된 조직에 많은 취업준비생은 들어가고 싶어 한다. 디자인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회사들은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이너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은 조직은 그 안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선의의 경쟁관계를 형성하게 되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서 또한 개인의 성장으로까지 이어지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 수준이 높은 회사로 입사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언급된 바가 있다. 이는 꼭 유명 대기업으로 입사를 하라고 조용하는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곳이라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괜찮고 디자인 전문회사도 좋다. 디자인의 가치를 알고 디자인 수준이 높은 디자이너를 채용하려고 노력을 기울이는 회사일수록 디자이너에 대한 대우가 좋다.


디자인의 가치를 중요하게 보는 회사일수록 당연히 디자인 능력에 대해서 평가를 깊이 있게 하는 편이다. 물론 다른 스펙이 모두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스펙은 자격을 만드는 것이고, 결국 채용은 디자인을 회사 수준에 맞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초봉뿐만 아니라 우리 산업이 발전되지 않음에 따라서 신입사원의 초봉이 전체적으로 낮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디자인 전문회사의 다수는 매우 작은 규모로 운영이 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복지나 연봉에 대해서 박할 수밖에 없다. 디자인 전문회사에 근무하는 디자이너가 많다 보니, 전체적인 디자이너의 연봉이 낮게 책정되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다수가 생각하는 것이 한번 연봉이 책정되고 나면 거기에서 크게 연봉이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디자이너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실력의 변화가 없다면 연봉은 물가 상승률에 준하게 오를 것이다. 요즘은 물가가 많이 오르나, 연봉은 오르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많이 벌어지니 이것도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첫 직장에서 실력을 충분히 쌓고, 디자인 수준이 높은 회사로 점프를 하거나, 대기업으로 이직을 하는 방법도 있다. 디자인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정도의 시니어급이 되어서 연봉이 점프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다. 또한 스스로 디자인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판단이 생긴다면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독립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첫 연봉이 다음 회사로 이직을 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이 현재 회사에서 충분히 커리어를 쌓고 실력을 잘 만들어 냈다면 그다음 회사는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이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더 나은 조건으로 협의는 가능하다. 만약 내가 지금 엄청 좋은 조건의 회사로 입사가 어렵다면 탄탄하게 잘 배울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내가 첫 회사에서 어떻게 업무를 배우는 가에 따라서 나의 디자인 인생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주니어 급을 지나면서도 디자인 능력이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면 연봉을 점프시키기는 어렵게 된다. 그래서 어떤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는가는 디자이너의 연봉, 그리고 생명력과도 관련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초봉이 낮게 책정되어 있는 이유는 신입 디자이너를 전문가로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전문가로서 디자인을 하고, 스스로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그에 준하는 대우는 분명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힘으로 다수의 디자이너가 오랫동안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초봉이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은 다른 직업이 갖지 못하는 장점을 분명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처음 제시받은 연봉이 지나치게 낮다면 머릿속은 많이 복잡해진다. 이럴 때는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하고 연봉 외에 내가 회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 따져보는 것이 좋다. 결국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니,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디자인 커리어를 잘 쌓아나갈 수 있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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