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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Nov 02. 2018

병아리 디자이너를 위하여

사회생활이 어려운 신입 디자이너에게

올해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수업을 한 지 3년째이다. 나에게 가끔 소식을 전해주는 학생들은 이제 신입 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이직을 새롭게 한 경력직이 다수이다. 하지만 회사 생활이 즐겁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보다는 회사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회사는 원래 즐거운 곳이 아니긴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회사에서 디자인하는 것에 대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많으니, 세상에 편한 조직은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자리였는데, 막상 그 자리에 가보니 취업준비 기간의 힘듦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친구들도 있다. 일단 목표를 달성했으니 너스레를 떠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내 경험을 떠올려 보더라도 취업준비기간만큼 처음하는 사회생활은 힘들었다.




처음 "전지적 참견시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병아리 매니저"의 영상을 보면서 나는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나왔다. 그 어떤 감동적인 스토리보다도 나에게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영상이었다. 오래전 일이라서 잊고 지냈던 나의 신입사원 모습이 "병아리 매니저"를 통해 다시 떠올랐다. 길고 긴 하루를 마무리하며 차 안에서 홀로 울고 있는 "병아리 매니저"의 모습은 예전에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서글프게 울었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익숙하게 회사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들도 잘 처리하고 있지만,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의 나의 모습은 "병아리 매니저"보다도 더 미숙했다. 

나는 첫 직장에 들어가기 전에 대학생활을 하면서 디자인 회사에서 꽤 오랜 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왔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나를 알아봐 준 회사라면 어디서든 잘 적응해서 능숙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일 뿐, 아르바이트로 회사생활을 한 것과 회사의 진짜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정말 달랐다.


학교에서 공부한 디자인으로는 회사에서 작업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실력이 부족했다. 사회생활을 나름 경험했다고 하기에 나는 너무 미숙하고 실수투성이였다. 회사에서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실수를 하고 하루의 끝에는 잠을 뒤쳑일 정도로 내가 싫어졌고, 회사에서 괜히 나가라고 할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느라 늘 불안함을 안고 있었다.


나는 학교에서 그래도 디자인을 잘한다고 하는 학생 중에 하나였고, 학기 중에도 회사에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통해 손도 제법 빠르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생각하는 디자인 완성도는 내가 할 수 있는 디자인에 비해 너무 기준이 높았고 난 다른 선배들에 비해 너무 디자인을 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시간도 오래 걸려, 시안을 겨우 하나 완성하는 것도 잘 못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작업을 겨우 마쳤다.


"병아리 매니저"에게는 매우 친절하고 참을성이 좋은 박성광이라는 선배가 있지만, 나의 사회생활에서 나의 부족함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는 선배는 없었다. 특히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회사의 특성상, 신입사원이 업무를 잘 처리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친절한 선배는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다.





처음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처음 시작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들다. 처음 하는 일이 힘든 것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처음 하는 일에 대해서 실수는 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처음이니까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할 수 있음을 늘 경계하고 확인에 확인을 거쳐서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실수를 하게 된다면 첫 번째 실수에 대해서는 대부분은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고성 메시지를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운전이 미숙한 "병아리 매니저"는 자신과 함께 하는 이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혼자 주차 연습을 했다. 운전이 처음인 다수의 사람들은 주차가 어렵다. 물론 경험이 쌓이면서 주차에 조금씩 익숙해진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에 모든 것을 맡기기에는 함께하는 사람에 폐를 끼치는 것이 되니, 남은 시간에 스스로 연습을 해서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빠른 시간 내에 디자인 완성을 못하고 있다면 회사 시간 외에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는 학교 다닐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스스로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가 없다면 경력이 쌓인다고 해서 디자인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 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은 현업 디자이너가 되고 나서 부터이다.


 



혼난다는 것에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자.


요즘 사내 분위기는 과거와 달리 민주적이어서 후배를 직접적으로 혼내는 선배는 많지 않다. 경고성 멘트를 주는 정도이긴 하지만, 왠지 나에게 긍정적인 메시지가 없을 때에도 서러움이 밀려온다. 지적을 받았을 때는 섭섭한 마음 대신에 자신이 정말 잘못한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 다시는 동일한 문제를 만들지 않도록 개선할 준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감정적인 호소를 많이 한다. 그런 행위를 통해 스트레스가 약간 풀릴 수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특히 회사 내부에서 눈물을 흘린 흔적을 드러내거나 기분 나쁜 티를 내는 것은 더욱 좋지 못하다.

지적을 받거나 혼났을 때는 섭섭한 표정보다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인정하고 다시는 동일한 문제를 만들지 않겠다고 먼저 말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준비를 하자.

그리고 나와 코드가 잘 맞거나 친한 회사 동료를 제외하고는 회사 사람들에 대해서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은 별론 좋은 습관이 되지 못한다. 특히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람을 대할 때는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입사를 하면,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자.


처음 회사에 입사를 할 때도 그렇고, 경력이 쌓인 뒤에 이직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조직마다 그들만의 규칙이 있고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성도 모두 다르다. 그러기 때문에 처음 조직에 들어가게 되면 그들의 룰을 먼저 익혀야 한다. 처음 회사를 가게 되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조직 내에서 회사의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대략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처음 1년 기간 동안은 내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게 사내에서 믿음이 쌓이게 되면 업무처리도 쉽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기 때문에 회사 생활이 즐거워진다. 

하지만,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직원은 내부 관계도 쉽지 않고, 믿지 못하는  직원의 업무에 매번 관여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회사생활이 고달프고 힘들어진다. 그러다 보면 조직을 떠나고 싶어 지게 되고 제대로 된 업무를 배우기 전에 회사를 계속 옮기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회사를 입사했다면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회사 입사의 기쁨에 취해 학교를 다니듯이 회사생활을 하게 되면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 현재 회사가 힘들고 괴롭다고 이직을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이 조직 내의 시스템 문제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인지하지 못하는 내가 가진 문제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재능 탓을 하지는 말자.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를 재능 탓을 하거나 가난하게 태어나게 해 준 부모탓을 하는 사람이 가장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늘 이야기하지만 디자인은 재능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타고난 재능으로 하는 것은 취미가 적당하다. 프로의 길에 들어섰다면 그 뒤는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아서 스스로 완성을 해야 하는는 것이다. 처음 시작한 일이 너무 힘들어서 다른 일을 하려고 생각을 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이 일도 제대로 못하는데, 다른 일을 새롭게 도전하면 잘할 수 있을까?"라고...


실패하는 사람들은 반복해서 실패를 하고, 성공을 하는 사람은 다음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일들도 모든 것을 걸고 임하기에 또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설사 실패를 해도 그들은 또다시 그것을 도전해서 성공으로 만든다. 하지만 실패만 반복하는 사람은 조금 더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한다.


만약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지금 내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적으로 일들을 잘 수행한 뒤에 그 경험으로 다른 일에 도전할 것을 권하고 싶다. 현재의 문제점을 안고 도망치듯이 다른 일을 시작해도 또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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