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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서 Nov 05. 2018

디자이너로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디자이너의 수명은 언제까지 일까?

최근에 디자이너는 몇 살까지 일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을 꽤 자주 받고 있다.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내가 선택한 직업이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가의 여부는 직업 선택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맨 처음 이런 질문을 받고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생각해보면 자신이 선택할 직업에 대해서 이 정도 알아보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몇 번의 포스팅에서도 언급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디자이너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다수의 사람들은 디자인 직군은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한다. 흔히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은 디자이너의 모습은 화려하며 젊고 세련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럼, 나이 든 디자이너는 없을까? 

당연히 젊은 디자이너의 비율이 높지만, 나이 든 디자이너도 많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한 가지 일에 집중해서 장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많으니, 디자이너의 은퇴가 빠른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디자인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디자인 업계에서 버텨내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이 창의력이니, 젊은 디자이너가 더 크리에이티브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기에 나이 든 디자이너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디어 발상에 대해서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창의력은 경험과 학습을 통한 배경 지식에 의해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디자이너의 아이디어가 더 좋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 디자이너로 일하기 어렵다는 말은 모두 틀렸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그곳에서 일하는 선배를 보면서 나의 3년 뒤, 5년 뒤,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했었다.  첫 직장에서 나에게 영향을 준 좋은 선배들을 만났었고 그 선배들의 행보를 보면서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서 많은 생각 했다.


첫 회사에서 만나 나의 상사는 내가 상상하던 디자이너의 모습이었다. 절제되었지만 자신의 스타일이 있었고 대화의 곳곳에 모든 것은 디자인에 대한 것들이었다. 1년을 기준으로 365일을 디자인했고 밥을 먹으면서도 디자인에 대한 이슈를 논했으며 회식자리에서도 사회 문화적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일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 하니 즐거웠다. 나는 내가 처음 사회에서 만난 나의 선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디자이너는 게을러서는 안 되는 직업임을 알게 되었다. 


지난 시간을 떠올려 보면 그때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은 회사 안에서 함께 작업하고 밥을 먹고, 술도 한잔하면서 여러 이슈들에 대한 논의를 하는 나와 함께하는 선배들이었다. 또한 디자인하는 삶이 힘들지만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선배들처럼 공부도 계속하고 싶었고 나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비판적 시각을 갖는 방법들도 그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적어도 당시에 나와 함께했던 나의 선배들은 직장인이 아닌 디자이너로 자신만의 삶을 꾸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 사람은 정말 디자이너구나..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디자이너보다 디자인하는 직장인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직장인과 디자이너의 차이는 디자인을 하는 직장인은 회사의 소속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직장인에 국한되지 않고 디자이너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회사의 배경 없이 자신의 이름만으로 브랜드를 만든다. 예를 들면, 디자이너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디자인 기준으로 회사 업무 외에 개인적인 디자인 창작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언제든 회사를 떠나도 그들은 스스로 자신을 브랜드화해서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것을 전력적으로 준비하는 디자이너도 있지만 즐겁기에 작업을 했고 그 결과물을 대중이 인정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


하지만, 직장인은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만을 수행한다. 회사가 자신의 모든 것이고 그렇게 업무에 치중된 작업을 주로 수행한다. 디자인의 가치나 자신의 개발에는 관심이 없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을 한다. 물론 야근을 하기도 하지만 모든 디자인은 회사 업무만을 위해서 수행된다. 회사 업무 외에 자신을 위한 디자인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오직 회사만을 위해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경력이 쌓여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회사가 어려워지면 강제 퇴사를 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


100세 시대에 직업을 여러 직업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래 전공과는 다른 직업을 다시 택하거나 아예 새롭게 공부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참 많다. 디자인을 하다가 그만두고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을 무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손재주가 많은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외에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많고, 디자인을 하던 그 열정으로 다른 곳에서도 감각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문제를 삼는 것은 자신이 원해서 업종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할 일이 없어서 전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고 디자이너의 수명이 끝났다고 이야기를 한다.





디자이너의 수명이 짧은 것이 아니라, 디자인하는 직장인의 수명이 짧다.


디자이너로써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니어급을 지나면서 자신만의 디자인을 완성하게 된다. 물론 직장 내의 업무가 크리에이티브에 집중되어 있고, 회사 내의 분위기가 디자이너로써의 삶을 살기 원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회사 생활만 충실해도 괜찮다. 사내에서 디자인을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전시회도 하고 스터디도 하니, 자기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다수의 회사들은 그런 활동을 지원하지도 않을뿐더러 직장인의 마인드로 가득 찬 동료나 선배가 함께할 경우, 이런 활동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내가 다니던 직장에서 만난 또 다른 나의 디렉터는 직장인이었다. 사내 정치에 관심이 많고 자신의 편과 그 외 사람을 분류하기를 좋아했으며 디자인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는 프로그램을 직접 열어서 파일을 열어보는 일도 없었을뿐더러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디렉션은 거의 없었다.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가 되지 않으니, 자세한 부분까지 잘 알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리스크 관리도 되질 않아서 팀은 항상 좌충우돌이었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디렉터는 프로그램을 열어서 파일을 보기조차 힘겨워했다. 늘 말로만 지시를 내릴 뿐이었다. 디렉터는 큰 그림부터 작은 그림까지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하는데, 현업에서 손을 뗀 채, 지시만 하는 리더는 프로젝트를 제대로 이끌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내에서 윗사람들 눈치보기만을 하는 디렉터를 보면서 나의 미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목표는 "아주 오랫동안 디자인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것은 참 어려운 목표이다. 그때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회사만 왔다 갔다 하는 나태한 생활을 버리고 나만의 작업을 위해 다시 업무 외 시간에 다양한 작업과 활동을 시작했다. 


어떤 직업이든 회사 이름을 든든한 무기 삼아서 직장인으로만 머문다면 조기 은퇴를 할 가능성이 많다. 다수의 직장인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회사에 자신의 인생을 모두 걸고 일했는데, 회사에서 버림받았다"면서 슬퍼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회사에 자신의 인생을 모두 걸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월급을 많이 주고, 남들이 모두 가고 싶어 하는 회사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발전과 함께 나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회사 업무는 사실, 나의 발전과는 무관한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A 기업을 다니는 OOO입니다."가 아닌 "디자이너 OOO입니다"로 살아야 한다. 회사의 이름은 내가 회사를 떠나게 되면 모두 사라진다.

디자인을 하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직장인의 삶이란 원래 그렇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40대 정도가 되면 직장인은 회사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으로 승진하게 될 경우,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게 된다면 회사에 오래 머무르기는 힘들다.


나는 그런 면에서 디자이너는 참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직장인으로 살 수도 있지만, 자신이 원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키워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 수도 있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할 수도 있고, 기타 다른 업종과 함께 결합해서 새로운 회사를 할 수도 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회사를 떠나도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직업의 특성을 전문직으로 분류하고 스페셜리스트로 인정을 하고 있다. 물론 디자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곳에서만 해당이 된다. 이렇게 매력적인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의 길을 선택하는 디자이너를 보면 안타깝다.





오랫동안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디자인이라는 직업군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참 빠르게 변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서체 사용의 특성이 조금씩 변화하고 프로그램은 계속 업데이트가 되고 있으며 이미지의 사용이나 디자인 경향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나 시각디자인 분야는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크게 출렁인다. 웹과 모바일이라는 미디어가 탄생하면서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났고 때로는 사라지는 직업군도 있다.


그래서 시각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미디어의 변화에 함께 반응을 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발전의 변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커리어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내 경력과 비례해서 나의 디자인도 좋아졌는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실제 경험을 해보면 경력 5년 차 이상이 신입 디자이너보다 포트폴리오나 실력이 떨어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은 경력 5년 차니까.. 신입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회사의 입장은 다르다. 더 적은 비용을 주고 더 능력 있는 사람을 채용하려고 하니, 당연히 신입을 채용할 것이다. 실력과 경력이 비례하지 않는 일은 너무 많으니, 경력에 따라서 연봉이 저절로 인상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직이 잘 되기가 어렵다.


경력에 비례할 만큼 나의 디자인실력도 쌓여가야 하고 발전이 되어야 한다. 나이만 많고 실력이 없는 사람을 찾는 회사는 없으니, 자연스럽게 업계를 떠나게 될 가능성이 많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중이라면 나의 경력에 맞게 나는 디자인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물어야 한다. 


디자인을 오래 하고 싶다면 직장인으로서의 마인드를 버리고, 디자이너로써 세상을 바라보고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해보자. 회사를 떠나 나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오랫동안 한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은 참 영광스러운 일이다. 한 가지 일을 30년 이상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은 그 분야의 마스터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이너가 생명력이 긴지 짧은 지는 내가 디자이너로 살아갈지, 아니면 디자인하는 직장으로 살 것인지에 따라서 결정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스터가 되는 삶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을 통해 또 다른 분야의 마스터가 될 것인지는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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